2020년 양성평등문화상 신진문화인상
다원예술가 송유경

송유경 ⓒ홍수형 기자
다원예술가 송유경씨 ⓒ홍수형 기자

 

명절과 제삿날이면 음식 장만과 제기(祭器) 마련에 여성들이 분주하다. 제사상이 차려진 후 발문을 읽고 절을 하는 것은 오롯이 남자다. 여성들은 한 켠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그러나 다원예술가 송유경의 퍼포먼스 작품인 ‘건강기원제’에는 오로지 여자만이 있다. 여성의 신체를 닮아서, 부계 조상을 쫓아낸다고 제사상에 올릴 수 없는 복숭아가 오르고 여성들은 생리혈과 같은 새빨간 과일즙을 온몸에 물들이며 춤춘다.

“여성의 신체나 소수자 문제, 사람의 죽음과 제의(祭儀)에 관심이 있어요. 여아 낙태가 횡행하던 90년대 태어난 여성으로서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다시 아이 낳기를 강요받는 아이러니가 제 관심을 끌었어요.”

송씨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여성이 있다. 작품 속 여성은 퍼포머로 출연한 송유경씨 자체일 때도 있지만, 어떤 사람도 그려져 있지 않은 때에도 추상적인 존재로서의 여성이 있다.

“원래는 회화를 주로 했어요.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도 사진을 찍거나 하는 것들을 좋아했어요. 전통 미술보다 더 다양한 주제와 표현방식을 이용하는 컴템퍼러리 아트를 알게 된 후 퍼포먼스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림은 한순간을 영원한 시간 속에 가둔다는 느낌을 받아요. 하지만 퍼포먼스는 한순간이 아니면 사라지는 매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어요. 찰나적이기 때문에 자본화될 수 없는 지점과 제가 관심을 갖는 소멸, 제의, 죽음, 여성의 신체와 맞닿기도 했어요.”

송씨는 예술 활동은 사회적인 의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 자체가 ‘발화’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있다. 송유경씨의 작품 중 ‘구멍에 닿지 않는 한걸음’은 1980~1990년대 여아 낙태가 공공연히 이루어지던 시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떤 때는 아이를 낳지 못 하고, 어떤 때는 낳아야만 하는 그런 사회를 말하는 작품이다. ‘건강기원제’ 또한 성차별적인 사회와 제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예전에는 ‘예술가는 빨리 죽더라도 불태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달라요. 저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나를 지키며 끝까지 해낼 수 있길 바라요. 내 작품의 주제나 소재로 상처를 받는 사람도 없길 바라고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멀리 보며 천천히, 스스로를 믿으며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해낼 수 있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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