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문화상] “우리의 분노가 세상을 바꿀 겁니다”
[양성평등문화상] “우리의 분노가 세상을 바꿀 겁니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10.29 11:50
  • 수정 2020-10-29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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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 개인 부문
여성학 연구자 권김현영
권김현영 교수 ⓒ홍수형 기자
권김현영   ⓒ홍수형 기자

권김현영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기획위원은 세상을 뒤집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다. 1990년대 영페미니스트이자 1세대 넷페미니스트로 활동한 그는 여성주의 네트워크 언니네운영진, 한국성폭력상담소를 거친 활동가이면서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한 여성학자다. 

그는 거대한 남성 권력과 싸우는 여성들 뒤에서 날카로운 언어로 낡은 시스템을 비판하고 매순간을 기록한 연구물을 내놓고 있다.  

”저는 제가 ‘화내기 전문가’라고 말해요. 화를 냄으로써 상대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화를 낸다고 해서 상대가 바뀐다고는 생각 안 해요. 다만 ‘이러면 안 되는 구나’라고 느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구조를 바꾸는 것은 분위기와 공기를 바꾸는 것이기도 해요. 화를 잘 내는 내가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또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말에 화를 냄으로써 누군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구나’ 느끼고 그런 행동을 안 할 때 세상은 바뀝니다.“

그는 대학 시절 우연히 보육시설이 없는 빈민지역에서 봉사활동에서 갔다 마주한 빈곤, 노동, 가정이 여성의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응축된 것을 본 후 여성주의자로서의 의식이 깨어났다. 대학에서 반성폭력 학칙 개정 운동을 시작한 후 그는 늘 현장에 있었다. 여성학으로 대학원을 진학하고 연구자로서 연구를 하면서도, 2권의 단독저서와 20권에 달하는 공·편저를 내면서도 끊임없이 현장을 뛰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일했던 2005년, 제1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준비했어요. 그때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싶어하면서도 두려워했습니다. 2018년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을 때 감격스러움과 동시에 걱정이 됐습니다. 제1회 대회 때는 사람들이 너무나 두려워했는데,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정말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다녔습니다.”

20여 년 여성운동의 역사 속을 걸으며 성평등을 향한 여성운동은 너무나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2016년 페미니즘 리부트로 불리는 여성주의 대중화 물결 속에서 무력감과 허탈감을 호소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많다.

“‘긴 길이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긴 호흡의 싸움이고 동시에 가장 오래된 싸움이에요. 대신 한 번 변화가 생기면 놀라운 일들이 생깁니다. 항상 왜 당연한 일이 바뀌지 않을까, 왜 매번 같은 말을 해야 할까 궁금할 겁니다. 하지만 분노하고 말하는 페미니스트의 말을 듣는 사람은 매번 다른 사람이고 목소리는 멀리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변하는 말을 하고 있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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