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문명특급’ 기획PD·진행자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

숨듣명 등 트렌드 이끌고
연예인의 ‘안 할 권리’
인정하는 인터뷰로 주목

추동하는 힘? “결국 생존”
“일한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는 날 꿈꾸며 일한다”

 

재재(본명 이은재) '유투브 채널 문명특급'의 MC  ⓒ홍수형 기자
 ‘문명특급’ 기획PD·진행자 이은재 PD. ⓒ홍수형 기자

 

“재재 언니 월급 올려주세요”

이 말은 때로는 ‘현생’을 잊게 하는 즐거움을, 때로는 직장인의 애환을 달래며 위로를 건네는 스마트폰 화면 속 ‘재재’에게 사람들이 보내는 응원이다. ‘재재’는 스타 진행자이자 SBS디지털뉴스랩 웹예능 ‘문명특급’을 만드는 이은재(30) PD의 별명이다. 본명보다 재재로 더 많이 불리는 그는 PD와 MC를 넘어 콘텐츠 기획자,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 PD는 1020세대의 공감대를 부르는 남다른 기획력과 출연자의 ‘안 할 권리’를 존중하는 진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PD는 인터뷰 방식에 대한 세간의 관심에 “그리 대단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인터뷰 원칙은 따로 없다.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스케줄은 연예인인데 봉급이 일반인”이라 스스로 붙인 ‘연반인’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5년차 직장인이다. 2015년 ‘스브스뉴스’ 인턴으로 SBS 보도국 뉴미디어부에 입사해 카드뉴스를 만들고 에디터로 일하던 그는 동기인 홍민지 PD와 함께 2018년 2월 유튜브채널 ‘스브스뉴스’ 채널의 한 코너로 ‘문명특급’을 시작했다. 문명특급이 인기를 모으자 지난해 7월 독립 채널을 꾸렸고 지금은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스브스뉴스(59만명) 구독자 수를 추월했다. 10월28일 기준 ‘문명인’(문명특급 채널 구독자 애칭)은 89만명을 넘어섰다. 최고 인기 코너는 단연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 줄임말)이다. 1990년생들이 학창시절이던 2000년대 전성기를 누린 ‘스타’를 소환하며 인기를 모았다. 비의 ‘깡 신드롬’을 먼저 조명한 것도 숨듣명이었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숨듣명 콘서트’로 SBS에 진출해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끼고 살던 1990년대생을 TV 앞에 불러 모았다. 시청률은 2.3%(전국 가구 기준)로 지난주 같은 시간대(1.5%)에 비해 50% 가까이 늘었다.

5년 간 쉼 없이 달린 이 PD는 신진문화인상 수상에 대해 “상을 받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장담하지 못하겠다”면서도 “인정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진행자 재재와 조연출 야니가 부른 패러디 곡 ‘유교걸’ 영상의 한 장면. ©문명특급 유튜브 캡쳐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진행자 재재와 조연출 야니가 부른 패러디 곡 ‘유교걸’ 영상의 한 장면. ©문명특급 유튜브 캡쳐

 

-웹예능인 ‘숨듣명’이 지상파에 진출했어요.

“끝이 보이지 않았던 프로젝트였는데 이렇게 끝나버리니 시원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하기도 합니다. 팀원들 모두 뼈와 살을 갈아서 만든 결과물인지라 정말 ‘내새끼’를 떠나보낸 느낌이 들어요. 시청률도 생각보다 정말 잘 나왔고, 다들 만족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TV로 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명특급 콘텐츠였기 때문에 미련 없이 열심히 했고, 결과도 좋았고,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연애, 이상형 등을 묻지 않고 애교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감정노동’하는 연예인, 특히 여성 연예인들이 마음 편하게 속 얘기를 꺼내놓기도 합니다. 연예인의 ‘안할 권리’를 존중하고자 하는 점이 인상 깊은데, 제작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나 원칙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여성 연예인이어서 다르게 대한다기보다는 모든 출연자들을 ‘사람 대 사람’으로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무엇이 그리 대단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칙이나 기준은 따로 없어요. 상식선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요.” 

-스브스뉴스에서 카드뉴스를 제작하실 때 여성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셨죠. 헐리우드의 임금성차별, 여성혐오, 불법촬영, 피해자다움 등을 다뤘고 잊혀진 여성 위인을 조명한 미씽 시리즈도 주목을 받았어요.

“네. 아무래도 여성이고, 사회 이슈를 많이 접하다 보니 많이 다루게 됐던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부터 더 이런 여성 이슈들을 몸소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진 것도 있고요.” 

 ‘문명특급’ 기획PD·진행자 이은재 PD. ⓒ홍수형 기자
 ‘문명특급’ 기획PD·진행자 이은재 PD. ⓒ홍수형 기자

 

-SBS의 뉴미디어 채널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뉴미디어와 유튜브라는 환경은 어렵고 또 막막하실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견뎌내시나요?

“그냥 ‘무의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동료들과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기존에 계셨던 상사분들의 도움도 받고 있고요. 박봉에 힘든 일인 것임이 자명한 일이지만 똑같은 일이 반복되진 않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물론 제 힘으론 아직 힘들지만요.”

-자신을 추동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먹고 살려도 하는 거죠. 하하. 성공은 ‘자가’(집)와 ‘자차’(자동차)에 있다고 하잖아요. 뻔해 보이지만 저희 세대에게는 일은 생존이 걸린 문제죠. 결국 추동하는 힘은 생존 같아요.”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여성으로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으신가요. 

“모든 회사가 그렇듯 인력 부족이죠. 같이 일하는 친구들도 좀 더 안정적인 고용 환경에서 일하면 좋을 텐데 미흡할 때도 있고요. 일한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을 꿈꾸며 일하고 있습니다. 여성이라고 한계를 스스로 짓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히려 이런 질문들이 늘 어려움이네요.” 

-팀원들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지만 꼭 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밍키, 야니, 디아, 주디, 지토, 제이미 등 동료, 친구들이 있기에 제가 이렇게 대표로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얘들아 상 받았다. 혼자 받는 상이 아니라는 것 너희도 알고 있을 거야. 곧 소고기 사줄게. 밍키(홍민지 PD)야, 나랑 5년이나 했잖니. 내년 이맘때쯤 우린 어떻게 될까. 서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꼭 촌철살인으로 따귀 한 번씩 때려주고 정신 차리게 해주자, 알았지? 앞으로도 바스러지기 전까지 잘 부탁한다’.”

-“삶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라는 만화 대사를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신 적 있어요.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계획은 늘 없습니다. 현재를 충실히 살아갑니다. 문명특급이 어떻게 될지는 전부 시청자 분들의 손에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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