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성신문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습니다.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힙니다. 탄핵을 거치면서 보수, 진보를 넘어 상식적인 세력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정치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음에도 과거에만 집착하고 편을 나누면서 변화의 중대한 계기를 놓친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이 민주당을 떠나며 남긴 글의 일부분이다.  

개인 자격이 아닌 민주당 의원으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이는 그가 처음이었다. “소수 진보정당이 아닌 집권여당 소속의 평범한 남성 국회의원도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아직까지 성소수자를 적대시하고 차별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바뀌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그의 글을 읽으며 반가웠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대신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있을 때, 그가 "지금까지의 언행 불일치, 그리고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동문서답식 답변을 해서 상처를 깊게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은 없으신지요?"라며, 조국 전 장관에게 질문해줄 때 고마웠다. 나의 물음을 대신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금태섭 전 의원의 생각과 활동에 모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부분 비슷했고, 지지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민주당 내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금전 의원의 탈당 소식에 “철수형 힘 보태주라”며 비아냥과 비난을 서슴없이 내뱉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모욕감을 느꼈다. 내가 만약 목소리를 크게 내었다면 나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겠지 싶어서이다. 

하지만 제일 답답한 것은 이런 현실이 당분간 지속하겠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금태섭 전 의원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민주당에 더 많아지고, 공천도 받고, 의원도 되어서, 우리 사회 진보적인 가치들을 담아내는 입법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답답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금태섭 전 의원과 같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고, 민주적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들을 도출해나가는 걸 지향하는 사람들이 민주당 내에 “더” 많아지면 된다. 지금 그런 의원들이 많이 안 보인다고 속상해만 할 것이 아니라, 다음 선거에서 그런 사람들이 대거 당선되도록 지금부터 준비하면 된다. 어떻게?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사고와 태도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민주당 권리당원 수를 많이 늘리는 것으로 말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에 나갈 후보를 여론조사  '권리당원 50%'와 '국민안심번호(일반인) 선거인단 50%'의 경선룰로 결정했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당원(권리당원)에게 절반을, 해당 선거구 일반 유권자에게 나머지 절반의 의사를 묻는 경선룰이었다. 일반 유권자들도 참여할 수 있긴 하지만, 조직된 당원을 확보한 것만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없다. 

게다가 당원이 되면 무조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100%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온다. 반면, 지역 유권자 모두에게 전화를 돌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원이 아닌 사람은 여론조사 전화를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다. 한달에 천원, 일년에 만 이천원 낸 당비가 이렇게 큰 정치적 효능감을 주는구나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 지난 10월 12일 형법에서 낙태죄 항목 자체를 삭제하는 법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비례의원이다. 권의원이 2024년 선거에도 도전을 한다면, 보통의 관례상 지역구에 출마해야할텐데, 과연 당내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가 출마하고자 하는 지역구에 그를 확실하게 뽑아줄 권리당원이 그를 뽑지 않을 사람들보다 더 많으면 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선거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다. 2024년 총선도 4년이나 남은 것 같지만 4년 밖엔 남지 않았다. 민주당 당내 경선은 각 선거보다 최소 몇 개월 전에 치뤄진다. 거기에 최소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이 되어야지만 매 경선마다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지켜낼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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