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이 사랑하는 작가
심오한 통찰로 대중성을
​​​​​​​담보한 ‘데이비드 호크니’

 

지난 여름, 테이트 모던(Tate Modern)과 서울시립미술관은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공동으로 기획했다. 약 37만 명의 국내 최다 관람객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미술관 정문 앞에 있는 티켓 부스에서 발권을 하려 긴 줄을 이루고 있던 진풍경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미술인 입장에서 시각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감사했고, 필자 역시 이렇게 대중들이 좋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전시기획을 하겠노라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미술 칼럼니스트로서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해 한 번쯤 다뤄보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워낙 슈퍼스타 작가인지라 자료들은 넘쳐났고,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예술의 기반은 대중성이어야 한다”라는 호크니의 말에 크고 깊은 공감을 하게 되어 작가의 대중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David Hockney, A Bigger Grand Canyon, 1998, Oil on 60 canvases, 207x744.2cm,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 1999 David Hockney
David Hockney, A Bigger Grand Canyon, 1998, Oil on 60 canvases, 207x744.2cm,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 1999 David Hockney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현대인은 대중매체를 통한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팝아트는 이러한 대중문화를 이해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와 자본주의의 소비 메커니즘을 미술에 도입했다. 영국의 팝아트, 데이비드 호크니는 일반적인 소재들을 천진난만한 순수성과 개방성으로 다양하고 쉽게 대중에게 다가갔다. 소비적, 상업적, 대중적, 이미 널리 알려져 있던 소재를 작품의 주제로 다루었던 호크니는 대중들의 큰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과 상업적 성공으로까지 이어졌다.

호크니가 활동하던 시기는 전 세계적으로 추상표현주의가 지배적인 영향 하에 있던 때였다. 하지만 추상 화가로만은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던 호크니는 상징과 암시를 통한 형식과 내용의 균형을 지향했다. 추상표현주의의 쇠퇴와 함께 등장한 팝아트는 고상하고 전통적인 예술에 대한 개념이 소비성과 유행성, 상업성과 대중성의 중심으로, 현 사회를 표현하고자 하는 미학이었다. 호크니는 이러한 팝아트의 가장 두드러진 면모를 민중 및 대중문화의 내용과 표현방식에 있어서 정확히 이해하고 융합해 나갔다. 추상표현주의는 감정이 풍부하고, 직관적이며, 꾸밈이 없고, 개성이 강한 것에 비해 팝아트는 구상적이며, 냉담하고, 꾸며진 것 그리고 풍자적이었다. 호크니는 팝아트의 정신과 형식의 면을 고수는 했으나, 특별히 어떠한 이념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즉, 그 시대의 주류였던 추상표현주의와 새로운 팝 아트의 성향을 모두 작품에 융화시키면서 오히려 시대적 성향을 뛰어넘는 작가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나아가 호크니는 피카소를 통해 ‘예술가란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꾸준히 탐색하며 어떠한 틀 안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예술관을 받아들였다. 피카소의 입체주의를 새롭게 해석해 추상적인 형식으로서 공간과 평면의 상반되는 개념을 서로 연결했다. 그뿐만 아니라 회화, 드로잉, 포토콜라주, 무대디자인 등 다양한 매체들을 상호적으로 작가의 예술ㆍ미학적 가치 영역 안에서 버무렸다.

David Hockney, Bigger Trees near Water, 2007, Oil on 50 canvases, 457.2x1220cm, Tate, U.K. © David Hockney
David Hockney, Bigger Trees near Water, 2007, Oil on 50 canvases, 457.2x1220cm, Tate, U.K. © David Hockney

 

호크니는 동시대 시대 상황에 늘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면서도 시대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끊임없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 의식과 창조정신으로 그 시대의 주류에 발맞춰가는 동시에 자신의 요구와 직관에 집중했다. 하나의 양식이나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해방되어 자유로워지고자 했다. 그리고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대중들의 중심에서 보다 생동감 있고 매혹적인 방법으로 예술세계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예술의 기반은 대중성이어야 한다.”라는 호크니의 말처럼 여러 가지 장르의 적절한 특징들을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으로 실험했고, 결국 가장 창조적이면서 현대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어떤 틀 속에서 갇혀 있기보다는 끊임없이 각 매체의 영역을 초월하여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이름 안에서 다양한 양식을 융복합 시킨 노력이 창조의 원동력이라고 생각된다.

현대의 예술가는 사회와 소통해야 살아갈 수 있다. 이는 미술만의 숙제는 아니다. 지금까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트로트가 현재 가장 트렌디한 음악이 된 ‘뉴트로트’처럼, 소통성과 대중성을 누가 성취하느냐에 승패가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트로트 열풍이 가능케 된 것은 따라 부르기 쉬운 기존 트로트의 대중적 강점은 그대로 살리고, 댄스, 록, 국악, EDM, 비트박스 등 다양한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10세 홍잠언부터 최연장자인 장민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어우러져 모든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해 무엇보다 중장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아가 세계적인 ‘K-트로트’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 중 하나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 이제 예술은 우리 모두의 것이며 이를 위해 대중성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중요 키워드이다. 어떤 가수가 불렀던 노래가 우리 모두의 노래가 되는 것처럼, 자신의 미술 세계가 국민 모두에게 소통되는 멋진 사례가 하루빨리 나왔으면 한다.

<참고 문헌>

윤대영,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회화 작품 연구」, 충남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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