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간판·광고 전수조사해야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유흥주점의 선정적인 광고 문구에 시민단체 시정을 촉구했다. ⓒ포항여성회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유흥주점의 선정적인 광고 문구에 시민단체 시정을 촉구했다. ⓒ포항여성회

 

일주일 전 저녁 무렵 포항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신호대기를 하다가 놀라운 내용의 간판을 발견했다. 현란한 LED 간판에는 ‘한국 아가씨만 취급합니다’ ‘항시대기’ ‘전국 최저가 선언’ 등 자극적이고 성차별적인 문구가 대낮처럼 번쩍이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저런 문구가 버젓이 간판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포항의 관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포항시외버스터미널을 찾은 포항시민들, 그리고 포항을 찾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그 간판은 포항시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전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포항시에 철거요청을 한 공문을 보냈고,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경북 지역에 여성시민단체, 그리고 정당 47곳에서 연명을 받는 과정에서도 ‘어떻게 저런’, ‘정말 대단하네요’ 등의 탄식이 이어졌다.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전국 언론에 관심을 받으면서 보도가 되기 시작했다. 밤 시간대에는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링크가 되는 등 지금까지 포항여성회가 발표한 보도자료 중 최단 시간, 최다 보도를 기록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날엔 포항여성회에 업주가 찾아와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간판 철거를 약속하고 가기도 했다.

성폭력 가해자가 조두순만 있는 게 아니듯 이번 간판 사태가 문제의 업소 한 곳만의 문제라 축소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를 찾아온 업주는 “손님들이 전화가 와서 하도 한국 아가씨 있냐고 물어봐서 그렇게 했다. 다른 지역에 그렇게 간판을 한 곳이 있어서 따라 했다”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만 봐도, 한국 아가씨만 찾고, 다른 지역에도 유사한 간판이 버젓이 걸려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을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포항 유흥주점 간판 철거 전 후. ⓒ포항여성회
포항 유흥주점 간판 철거 전 후. ⓒ포항여성회

 

한국 아가씨를 지명하는 순간 비한국인 인종에 대한 차별은 당연시 될 수밖에 없다. 문제의 간판은 지난 8월부터 게시돼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포항시는 미신고 간판에 대한 단속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단속 인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낯 뜨거운 간판이 4개월 동안 방치되면서 포항시의 참담한 수준을 전시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5월 포항여성회에서는 텔레그램 성착취 근절을 위해 대시민 홍보 현수막을 게시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비용적 측면에서도 부담이 컸지만,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가 서울과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에서도 이슈 파이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공식 현수막 게시를 추진했다. 하지만 포항시 옥외광고협회에서는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며 불허 판정을 통보해왔다. 당시에 도대체 무엇이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이해가 어려워 포항시 옥외광고협회 관계자와 통화를 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더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게시하기로 했던 현수막 문구 중에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중 ‘감빵으로’라는 문구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저기요! 선생님!!! 그럼 가해자가 감방 안 가면 어디로 가야 해요?” 물으니 답변은 회피한 채 아무튼 우리 현수막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를 들어 게시를 못 한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즈음에서 포항시에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지금도 포항 곳곳에 ‘한국 아가씨’, ‘미시 항시 대기’ 등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광고가 게시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이곳은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포항시는 성차별적인 광고와 간판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간판 사태는 포항의 한 업소만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아가씨 운운하는 우리 사회에 비뚤어지고 왜곡된 음주문화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 그래야 세상이 변한다. 우린 변화된 세상, 성평등한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 권리가 있다. 

금박은주 포항여성회 대표
금박은주 포항여성회 대표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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