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라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장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출간

박미라 '치유하는글쓰기 연구소' 소장 ⓒ홍수형 기자
박미라 '치유하는글쓰기 연구소' 소장 ⓒ홍수형 기자

 

박미라는 치유하는 글쓰기 안내자다. 의식성장을 돕는 일을 해왔다. 최근에 그는 서울여성노동자회와 함께 직장 내 성폭력, 성희롱 극복 이야기를 담은 『우린 달라진 세상을 살 거야』라는 작은 자료집을 출간했다. 그와 동시에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라는 책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학생운동을 했고 여성학을 공부한 그가 차크라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를 만나러 가는 길, 사람으로 붐볐던 광화문에서 가을의 여백이 느껴졌다. 아픈 지구의 뜻밖의 선물이다. 그 곳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에서 박미라 소장을 만났다.

-소장님은 여성학과 불교를 공부하더니 이번에는 심신통합치유학인 차크라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책 제목 그대로, 왜 차크라를 공부했는지 궁금하다.

“차크라는 인간의 몸 안에 존재하는 일종의 에너지 회오리로 알려져 있다. 이 에너지 회오리는 우리 몸의 성기 부위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척추를 따라 다수 존재하는데 현대에 와서는 대략 일곱 개로 압축됐다. 일곱 개의 차크라는 신체 위치도 다르고 각각 다른 의미와 상징, 성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현대의 서구 심리학자들은 인도 수행자들이 수천 년에 걸쳐 수행의 결과로 전해준 이 차크라에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이게 에너지 차원의 인간을 설명할 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 수준이나 의식 발달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의 전통적 수행자들은 마지막 차크라인 사하스라라에 오르면 최고의 의식수준이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더 높은 차크라로 오르기 위해 치열한 수행을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각각의 차크라에 대한 경험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론을 정리했고 제자들에게 은밀하게 전달했다.”

-차크라를 서구 심리학으로 연구했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달라.

“차크라 심리학으로 보면 첫 번째 차크라인 ‘물라다라’의 의식 수준을 가진 사람은 죽이거나 도망치는 사람들, 전쟁을 일삼는 사람들,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사람들, 무력한 희생자나 폭력적 가해자의 의식이다. 그들은 늘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공격적이다. 그런 사람들이 물라다라에 의식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에서 소개한 인체 내 7개의 차크라. ⓒ 박미라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에서 소개한 인체 내 7개의 차크라. ⓒ 박미라

 

-다음 단계로 나가기도 전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난 물라다라 의식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누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억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라는 것이다. 위험에 닥쳤을 때 싸우고 도망치고 방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라다라보다 진화한 의식을 가진 사람은 물라다라적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차크라는 ‘스와디스타나’ 의식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사랑하고 집착하고 배신하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의식 수준의 차크라다. 이 차크라가 불건강하면 의존적이거나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면 다음 단계의 보다 성숙한 의식 수준을 가진 차크라로 진화할 수 있다. 성숙한 사람은 하위 차크라의 낮은 의식을 무조건 억압하는 게 아니라 잘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그 나름으로 잘 기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라다라의 분노는 우리가 우리의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도록 우리를 보호해주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차크라와 심리학, 이 둘의 조합에 관심을 보인 이유가 뭔가?

“오래 전부터 마음공부를 했고, 불교 수행을 비롯해 다양한 수행을 접했는데, 그곳에서 많은 여성들을 본다. 여성들이 자기 성찰이나 의식성장에 정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과거에는 수행자의 대부분이 남성들이었다면 이제는 여성들이 마음공부의 길을 대부분 채우고 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마음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모르면 맹목적으로 스승에게 복종한다든지, 감정적 역동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상처 입을 수도 있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전통적 종교와 수행법을 현대의 심리학적 관점으로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여성들은 종교와 심리학 모두에 대해 열려 있고, 또 이해력도 매우 높다. 그 점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현대 심리학이 차크라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따라가 보면 크게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우리 안에 이미 우리의 참 본질이 존재한다.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자신을 부정하고 자책하면서 외부의 완벽한 기준을 찾으려고 하지만 그 완벽함, 아니 완벽함을 넘어서는 온점함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차크라 심리학은 그 온전함을 만나도록 안내한다. 둘째, 온전함은 완전하고 결점 없음이 아니라 우리 안의 결함, 우리가 부족함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포함시켜야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 사실을 융과 윌버와 아자야, 그리고 많은 생리심리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데.

“치유하는 글쓰기는 2006년부터 안내해왔다. 여성신문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기자로 편집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삼아 시작했다. 그땐 글쓰기 치료 영역에서 내가 가장 처음이었던 것 같다. 4년 전 연구소를 열어서 더욱 본격적으로 글쓰기의 치유적 힘을 연구하고 또 사람들에게 경험하도록 안내한다. 또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 같은 책을 쓰고 번역도 하면서 심리학과 영성 등을 공부하기도 한다.”

-글쓰기로 심리적 치유를 한다는 것인가?

“글은 문명의 결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에 와서는 거의 인간의 본능이 된 것처럼 보인다. 글쓰기가 너무 싫고 어렵다고 했던 분들도 30분만 지나면 글을 줄줄 써내려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기도 하고 나아갈 길을 찾기도 한다. 나는 많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들이 다 알아서 하기 때문에. 뿐만 아니라 쓴 글을 함께 읽는 것도, 함께 읽고 지지와 격려를 보내는 것도 굉장한 치유적 힘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서울여성노동자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심리지원을 하면서 매년 치유 글쓰기 워크숍을 한다. 글을 쓰면서도 행복감을 느끼지만 그 글을 함께 나누면서 행복감이 배가 되는 걸 다들 느낀다.”

-여성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의식 성장이나 영성을 추구할 때 여성의 길을 더 섬세하게 탐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역사(history)도 남성의 관점에서 써진 것이지만 동서고금의 다양한 수행법도, 심지어 심리학 이론도 남성 지식인에 의해 만들어졌구나 하는 사실을 절감하곤 한다. 여성의 경험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를 발견할 때 그렇다. 앞으로의 시대는 자기공부, 자기이해, 그리고 의식성장과 영적 영역의 발견이 주요한 흐름이 될 것이다. 이제 여성들이 기존의 이론이 가진 권위를 공부하고 또 뛰어넘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하고 며칠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아귀가 맞지 않은 조각을 만난 것 같았다. 종일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며 시간을 보냈다. 정답을 얻은 것 같지 않았지만, 생각의 수행을 한 것은 틀림없다. 행복이란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인터뷰 이후 마음이 편안해졌다. 몸의 에너지를 자각하는 것으로도 힘을 얻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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