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난 희생자가 아니야, 절대 나를 희생자로 대하지 마, 우리 엄만 날 희생자로 키우지 않았어,” 2019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 수상작으로, 최초의 흑인 여성 수상자인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설이다. 19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는 150여 년 동안 끈질기게 지속되는 억압과 편견 속에서 인종과 성별로 인해 이중적으로 주변화되어온 흑인 여성들의 존재감을 당당히 부각한다. 열두 명의 흑인 여성들이 다양한 시공간 속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생을 뜨겁게 살아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내어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이야기다”라는 평을 받으며 전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버나딘 에바리스토/비채/1만7천8백원

 

 

마녀엄마

“희생하고 물러서는 엄마로 살기 싫다. 생기 넘치고 하고 싶은 거 많고 도전하는 엄마로 살고 싶다.” 전국 여성들에게 운동 열풍을 불러일으킨 마녀체력의 저자 이영미 작가가 이번에는 엄마로서의 좌충우돌 마음 성장기를 펴냈다. 27년 간 아내이자 며느리, 엄마로 살아온 작가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날을 반추하며, 결국 최선의 부모 노릇은 “엄마나 잘 살자”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단단히 마음먹고 내 삶 챙기기, 체력 키우기를 실천해온 씩씩한 ‘마녀엄마’의 고백과 시행착오가 솔직하게 담긴 에세이. 

이영미/남해의봄날/1만5천원

 

아주 오래된 유죄

여성에 대한 착취와 억압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20년 간 투쟁해온 변호사 김수정의 첫 단독 저서로, 법정에서 ‘여성을 위해’ 변론하며 기록한 치열한 투쟁기다. ‘법은 여성의 편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N번방 사건, 직장 내 성희롱, 가정폭력,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 문제 등 시의적인 이슈들을 주제별로 들여다보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발생해온 중대한 범죄들에 대해 법이 현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를 법조인의 눈으로 적확하게 바라본다. 여성 인권의 참담한 현실을 직시하고, 변호사로서 벽에 부딪히면서도 끈질기게 여성 차별과 배제에 대항하고 연대하는 저자의 간절한 목소리가 큰 울림을 준다.

김수정/한겨레출판/1만5천원

 

나를 지키는 결혼 생활

2009년,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하고, 2014년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독이 든 와인을 마시고 세상을 떠난 여성이 있었다. 그는 코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여성학 프로그램 디렉터를 겸하며 성역할과 젠더 양극화 연구에 선구적인 업적을 남긴 샌드라 립시츠 벰이다. 이 책은 ‘평등주의 결혼생활’을 실천하며 동등한 부부관계와 젠더규범에서 자유로운 양육을 직접 실험하고 탐구했던 그의 생생한 실천기이자 자전적 회고록이다. 성역할의 감옥에 갇힌 인간 심리를 해방시키고자 평생 노력한 인물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여전히 결혼에 대한 관습적인 공식과 편협한 성역할 규범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샌드라 립시츠 벰/김영사/1만5천8백원

 

 

정의의 감정들

‘조선 여성의 소송으로 본 젠더와 신분’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조지워싱턴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의 흥미로운 책이 출간됐다. 조선 시대 여성들의 젠더와 신분, 법 감정을 교차해 연구한 최초의 연구 결과물로, 국제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아 팔레 상을 수상했다. 노비제도를 비롯해 신분 세습제와 유교적 관점에 뿌리를 둔 젠더 구분 때문에 경직된 사회로 여겨져 온 조선 시대. 그런데 사실 조선 사회에는 놀라울 정도로 복합적인 사법제도가 존재했으며 조선의 여성들은 신분과 관계없이 법적 주체로 인정받아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며 법정에 섰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 상세히 규명된다. 

김지수/너머북스/2만원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국내 최초 여성주의 병원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추혜인 원장의 에세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증언해줄 의사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진로를 바꿔 의대에 입학한 이후 자전거 타고 왕진 가는 동네 주치의가 된 지금까지, 여성이자 의사, 그리고 페미니스트로 살아온 20여 년 간의 현장 경험과 고민, 그리고 삶의 철학이 강건하고도 가슴 뭉클하게 담겨 있다. 

추혜인/심플라이프/1만6천원

 

 

물 그림 엄마

담담하고 다정하게 세계를 응시하는 소설가 한지혜의 세 번째 소설집. ‘엄마와 딸’이라는 멀고도 가까운 복잡한 관계를 들여다보며, 엄마가 엄마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이었고, 여성이었고, 지극히 개별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존재임을 묵묵히 깨달아간 과정이 소설집 안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작가의 말대로, “엄마를 마음 편히 사랑하지 못했던, 엄마가 내내 아픔이었던”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한지혜/민음사/1만3천원

 

조용한 희망

‘28세, 싱글맘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일을 시작했다.’ 출간 직후부터 화제가 된 싱글맘의 분투를 담은 책이다. 저소득층 여성이 겪는 빈곤의 악순환,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육아의 고단함, 가사도우미 일을 하면서 겪는 고통과 고충이 담긴 생생한 르포이자, 중첩되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는 저자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치열한 생존의 기록. 넷플릭스에서 영화화를 결정했을 정도로 극적이며 찬란하다. 

스테퍼니 랜드/구계원 옮김/문학동네/1만6천원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

‘2019년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한 농인 유튜버이자 페미니스트 여성 하개월이 펴낸 책. 일상 속에서 외모와 능력에 대한 이중 잣대, 장애인으로 마주하는 성범죄의 위험, 무의식적인 차별 등을 몸으로 겪어내 온 생의 내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라는 제목은 입모양을 읽고 소통하는 저자의 대화법이자, 소수자들의 작은 목소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 희망과 용기의 기록이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펼쳐진다.

김하정/아르테/1만2천원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임신중지 경험을 지닌 프랑스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오드 메르미오의 논픽션 그래픽 노블. 따뜻한 색감과 매력적인 그림체 위에,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진솔하게 적힌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졌지만 아직도 임신중단을 둘러싼 논쟁은 진행 중인 한국에서, 바다 건너 한 여성의 용감한 자기고백이 많은 여성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해줄 것이다. “8년 전 나는 임신중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 이야기를 한다. 나는 차마 이름 부를 수 없는, 임신중지라는 애통한 사건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쓰고 그렸다.”

오드 메르미오/이민경 옮김/롤러코스터/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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