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신간] 김지수, 『정의의 감정들』 (너머북스)

‘조선 여성의 소송으로 본 젠더와 신분’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조지워싱턴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의 흥미로운 책이 출간됐다. 조선 시대 여성들의 젠더와 신분, 법 감정을 교차해 연구한 최초의 연구 결과물로, 국제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아 팔레 상(James D. Palais Book Prize)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선 시대는 노비제도를 비롯해 신분 세습제와 유교적 관점에 뿌리를 둔 젠더 구분 때문에 보수적이고 경직된 사회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사실 조선 사회에는 놀라울 정도로 복합적인 사법제도가 존재했으며 조선의 여성들은 신분과 관계없이 법적 주체로 인정받아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며 법정에 섰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 상세히 규명된다. 저자인 김지수 교수는 조선 여성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가에 제출한 소지(所志)를 비롯한 사료를 중심으로, 감정사(history of emotion)라는 접근 방식을 결합해 각기 다른 젠더와 신분의 주체가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생생히 서술한다. 특히 여성이 핵심 행위자로 등장해 어떠한 언술 전략을 구사했는지, 어떠한 내러티브가 사용되는지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비록 우리의 근대 법제도에는 ‘평등’이나 ‘불가양의 권리’ 그리고 ‘인권’ 개념이 들어 있지만,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의 감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거의 모든 사회에 만연한다. 모든 법제도는 각기 고유한 특징을 갖추었지만, 동시에 시공간적 경계를 넘어 유용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일정한 보편의 법적 관행을 공유한다. 나는 이 책이 조선의 사법 관행에서 감정의 역할을 논한 첫 번째 책으로서 한국의 사례를 세계사적 그리고 학제 간의 정의에 관한 대화로 이끌어 들이기를 바란다." ('지은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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