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여성정보센터 이명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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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쇼핑상가, 여의도 등 길거리에서 남성의 성기 형상을 세워 놓고 콘돔과 페미돔을 들고 상담을 벌이는 서울시 늘푸른여성정보센터(이하 늘푸른센터)의 브릿지 상담. 가출·성매매 10대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길을 가던 중년 어른들과 데이트중인 남녀도 관심 있게 지켜본다.

“10대 여성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10대 남녀, 그들의 부모 모두가 해당되죠. 복지의 개념만으로는 부족해요. 여성주의 시각을 반영해 양성평등의식에 기반한 10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성교육을 실시할 거예요.”

부임 후 한 달여 동안 업무 파악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명선 소장이 밝힌 늘푸른센터의 발전 방향이다. 행정조직이지만 석·박사 이상 전문가들로 구성돼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은 늘푸른센터의 지난 3년여 성과와 가능성은 이미 높이 평가받고 있다.

지난 8월 13일 공채를 통해 새로이 늘푸른센터를 맡게 된 이 소장은 이화여대에서 여성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 아시아여성학센터에서 아시아 8개국 여성학 제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한국여성연구원에서 일했으며 성폭력이 이슈화되기 전 강간 피해자에 대한 논문을 써 이후 한국성폭력상담소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학계에서 오래 일하는 동안 이 소장은 “성은 현실적이지만 성이론은 추상적인 부분이 많아 과연 내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며 “늘푸른센터에서 직접 시설의 여성청소년을 만나고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현실과 만난다”고 말했다.

“성교육은 여성주의 실천운동의 하나예요.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교육이 아니라 양성평등에 기반한 인성, 의사소통, 자기결정권에 대한 교육이죠.” 이 소장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성교육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이 양성평등의식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기구에서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이 소장은 “여성정책의 전환점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행정조직의 일원으로 정부, 시민단체, 학계가 트라이앵글로 맞물려 이끌어내는 여성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재미있게' 지켜볼 참이다.

이 소장의 후배들은 여성주의 소명의식이 강한 선배 세대를 가리켜 '상록수 페미니스트', '새마을 페미니스트'라 불렀다. 소명의식은 때론 무겁고 벅차다. 하지만 정부기구인 늘푸른센터에서 10대 여성의 현실을 바꾸어내야 하는 지금 그에게 후배들의 지칭은 싫지 않다.

“정부에서 일하는 페미니스트들을 국가 페미니스트라고 해요. 중요한 것은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 가는 일이죠.”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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