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신간] 추혜인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심플라이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국내 최초 여성주의 병원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추혜인 원장이 펴낸 에세이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증언해줄 의사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공대생이던 저자가 진로를 바꿔 의대에 재입학한 후, 자전거 타고 왕진 가는 동네 주치의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성이자 의사, 그리고 꿋꿋한 페미니스트로 살아온 20여 년간의 현장 경험과 고민, 그리고 삶의 철학이 강건하고도 가슴 뭉클하게 담겨 있다. 지역 주민들과 의료인이 공동으로 자본을 출자해 운영되는 병원인 '살림의원'에서 어떻게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환대받고, 남녀노소 평등하게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의 문턱을 낮추며, 동네 사람들과 즐겁고 건강한 일상을 위해 서로를 돕는지를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에 이토록 용감한 여성주의 의료 실천가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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