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신간]  한지혜 『물 그림 엄마』 (민음사)

"아이를 사랑했다. 그러나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어느 쪽이 진심일까. 잠들고 싶지만 잠들기 두려운 날 같은, 그런 사랑이 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누가 정혜를 죽였나' 중에서)

담담하고 다정하게 세계를 응시하는 소설가 한지혜의 세 번째 소설집. ‘엄마와 딸’이라는 멀고도 가까운, 복잡한 관계를 들여다보며, 엄마가 엄마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이었고, 여성이었고, 지극히 개별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존재임을 묵묵히 깨달아간 과정이 소설집 안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소설집의 또 다른 키워드는 '죽음'으로, 화자들은 가까운 곳에서 수없이 죽음과 맞닥뜨린다. 특히 엄마나 할머니가 죽음을 향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딸의 이야기가 여러 편으로, 여성의 삶을 다른 여성이 반추하며 쓸쓸하고도 서늘하게 관계의 본질을 포착해내는 새로운 여성 서사를 보여준다. 표제작 '물 그림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난 엄마가 귀신이 되어 '나'를 따라다니는 이야기다. 작가의 말대로, “엄마를 마음 편히 사랑하지 못했던, 엄마가 내내 아픔이었던”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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