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11월16일 '코로나 디바이드 : 경계를 넘어'를 주제로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를 개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외교부는 11월16일 '코로나 디바이드 : 경계를 넘어'를 주제로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를 개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가 하는 걸 느낄 때가 있다. 남성 위주 기득권 문화 속에서 내가 과연 받아들여지고 있나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할 때가 없지 않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얼마 전 한 방송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실력과 탄탄한 이력을 가진 그는 대한민국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다. 화려한 꽃길만 걷는 듯했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 속에는 남성 위주 기득권 문화 속에서 때로는 지쳤고 때로는 좌절했던 평범한 한 여성의 진심이 담겨 있다. 강경화 장관의 고민은 일터에서, 학교에서, 삶의 현장 곳곳에 여전히 성차별적인 요소와 가부장적 문화, 남성 중심의 기득권이 잔존하는 현실을 겪어내고 있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아니 무수히 해봤을 익숙한 고민이다.

반복해서 발생했던 외교부 직원의 성비위 사건들과 미온적 대처에 대한 문제제기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보며 강경화 장관이 주관하는 세계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와 폐쇄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정치인의 성비위 사건 발생 역시도 정당이 여전히 남성 중심의 기득권에 매몰되어 있다는 본질적인 문제점과 닿아 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강경화 장관의 발언을 두고 누군가는 너무 나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냐, 혹은 스스로의 리더십의 한계를 인정하고 드러낸 것이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도리어 솔직하게 자신의 고민을 터놓는 모습을 보며 내게는 응원하고 연대하는 마음만이 가득할 뿐이다. 존재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이 ‘본인이 무능해서’라는 말로 강경화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판한 것을 보며 강경화 장관의 발언의 본질을 왜곡하고 또다시 여성이 겪어내는 차별을 단숨에 지워버리고 논의의 층위를 손쉽게 단순화시켰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했다. 결국 여성이 겪는 차별에 대한 본질적 고민을 지우고 노력만능주의를 방패삼아 구조적 차별이나 은근한 무례함을 용인해버린 것이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선거가 있었다. 여성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전국위원회 위원장의 모든 후보군에서조차 여성들이 전무했다. 규정상 여성은 후보에 입후보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는 또다시 여성들의 노력부족이라던가, 의지부족이라는 말로 현상을 단순화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더불어민주당 내에 분명 많이 존재하는 여성활동당원들이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우리 당과 정치권 내에서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문화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성들이 온전히 주체로 인정받고, 여성이라는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견고하고 경직된 문화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비단 여성만의 과제인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문화이면서 동시에 공통의 과제다.

강경화 장관의 발언은 스스로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주니어’ 직책에는 여성들이 많이 존재하고, 결국 그들이 더 높은 자리로 올라올 그날이 다가오고 있어 머지않아 외교부의 문화가 바뀔 것이라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지만 강경화 장관이 마지막 여성 외교부 장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은 분명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달라야만 한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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