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판전쟁] 2025년 우리 아이 급식과 돌봄 풍경
[식판전쟁] 2025년 우리 아이 급식과 돌봄 풍경
  • 정치하는엄마들
  • 승인 2020.11.24 12:11
  • 수정 2020-11-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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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판전쟁] (끝) 정치하는엄마들이 바라는 급식
ⓒ정치하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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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급간식비는 1997년부터 2020년까지 1745원이었다. 지금은 김밥 한 줄 못 사는 그 돈으로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한 번의 점심식사와 두 번의 간식을 제공받았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별 급간식비 지원금을 전수조사 했다. 전국에서 30%의 지자체는 지원금이 0원이었다. 직장별 차이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조사결과 서울시청 직장어린이집은 하루 급간식비가 6391원. 보건복지부 기준의 3.7배에 달했고, 300여 개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중 20개 기관의 하루 급간식비는 4000원 이상이었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양육자를 둔 아이는 금식판을,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흙식판을 받아드는 비극 속에 급식 비리와 부실 급식까지 더해졌다. 아이들의 식판은 차별받을 뿐 아니라, 안전까지 위협받았다.

우리는 급식팀원들의 바람을 담아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그려보았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한 편의 소설 같기도 하지만 내일이라도 이루어질 가까운 미래 같기도 하다.

2025년이 시작된 지도 세달 째, 셋째를 낳고 신청한 육아휴직 기간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5년 전,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모든 양육자에게 평등한 돌봄권을 보장하라’며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육아휴직 기간 차별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심판 청구 끝에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법이 개정, 제정되면서 민간 기업에 다니는 나도 육아휴직을 3년 동안 할 수 있게 됐다. 마을에서 품앗이 육아로 키웠던 셋째가 오늘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 하는 날이다.

아이가 기관에 적응하는 동안 양육자는 개방된 장소에서 함께 하며 어린이집 활동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오전 간식 시간, 선생님이 견과류를 일부 따로 담아 와서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이름과 쓰임에 대해 설명했다. 잠시 뒤 조리사 선생님이 곱게 간 견과류와 직접 만든 요거트를 아이들마다 덜어주었다.

"자, 요거트에 견과류 가루를 비벼서 각자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숟가락으로 떠먹어 보자고요"

여러 의학회의 권고에 따라 영아반 급식에는 표면이 매끄럽고, 재질이 단단해 기도로 넘어갈 우려가 있는 음식은 배제됐다. 견과류는 갈아서 배식된다. 기관별 급식 인원에 맞게 조리사를 배치할 수 있도록 정부지원과 감독이 이뤄지면서 이전처럼 원장님이 음식을 만들거나 조리 시간이 부족해 반 조리식과 인스턴트 음식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식단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점심 급식 준비가 한창인 조리실에는 과거 학교에서나 볼법했던 대형 후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21년에 가정 어린이집을 포함한 모든 어린이집에 학교와 마찬가지로 조리 인원 당 소화 가능한 주방 후드가 의무화돼 영유아들이 조리 시 발생되는 미세먼지나 이산화질소를 마실 일이 거의 사라졌다. 다음으로 대형 식기 세척기와 살균 보존기가 보인다. 더 이상 시간에 쫓겨 채 마르지 않은 식판을 어린이집 가방에 넣어 보낼 일도 사라졌다.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세척하고 소독한 식판과 수저를 사용하니 불안감도 덜었다. 

조리실 앞에는 식단표와 함께 업무 점검표, 급식 규정이 붙어있다. 급식 규정은 지난 2022년 마침내 변경됐다. 급식비 최저 기준을 지키지 않는 곳은 적발 즉시 부실 기관으로 해당 기관의 양육자들에게는 물론 알리미로 명단이 공개되고, 보존식 규정과 유통기한 위반 등의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되면서 처벌 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어느덧 시간이 오전 11시가 넘었다. 유아반 교사들이 교대로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초등 교사들처럼 보육교사 역시 점심시간이 근무시간으로 적용되고, 보조교사가 투입된 결과다. 아이들 급식을 봐주느라 자신들은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선생님들의 근무 여건이 다소 개선된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어린이집 안을 다 둘러보고 오는 사이에도 셋째는 놀이에 열중하느라 엄마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금새 원에 적응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그때 담임선생님이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가라고 권해왔다. 남자 담임선생님이었다. 보육교사 급여가 현실화되면서 남자 보육교사의 유입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오신 김에 급식 수준도 함께 모니터링 하는 의미도 있고요. 무엇보다 끼니 당 급식 예산이 5000원으로 책정되면서 여유분으로 넉넉히 조리하니 양육자들도 함께 드셔도 됩니다. 제철 재료를 활용하는 식단인 만큼 맛은 보장합니다.”

점심 급식까지 같은 반 친구들과 무사히 마친 셋째와 함께 마침내 등원 첫날을 마무리했다.

어린이집 문을 나서는데 낯선 이들이 들어섰다. 구청 보건위생과 불시점검이 하필 오늘이란다. 원장님과 행정 전담 교사분이 서둘러 서류철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유치원 급식에서도 변화는 나타났다.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둘째는 더 이상 어른들이 먹을 법한 매운 육개장을 먹지 않아도 된다. 대신 맑은 육개장이 배식된다. 음식의 매운 정도를 나타나는 스코빌 지수 연구가 최근 발표되면서 초등 저학년까지는 소화기관에 부담이 주지 않을 정도의 맵기로만 급식으로 제공하도록 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배앓이 걱정 없는 음식을 먹게 되었다. 이전에는 초등학교와 급식 메뉴가 통일된 병설유치원의 경우 유아들이 먹기 힘들 정도의 매운 음식이 배식되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양육자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급식은 학교 텃밭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5학년이 된 첫째는 몇 년 전 학교에서 생태전환 교육이 본격화되고, 텃밭을 활용한 급식이 활성화되면서 직접 텃밭에서 가꾼 재료를 거둬 조리실에서 급식으로 먹는 과정에 부쩍 보람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특히 채식 급식 선택권이 보장된 이후 채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급식이 먹는 행위에 그치에 않고 생태와 노동,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볼 교육적 계기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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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학교처럼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나 총 원아 수가 일정 규모 이하인 유치원, 어린이집의 경우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공공급식센터에서 채식, 알레르기 대체식 등을 만들어 해당 기관으로 공급 받는 점도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다.

오후 4시, 첫째와 둘째가 귀가할 시간이다. 먼저 셋째 손을 잡고 유치원에 도착하니 담임선생님이 둘째와 함께 나오며 말을 걸어온다.

“2주 뒤에 출근을 하신다고요? 엄마가 복직을 하니 저녁 돌봄을 해야 한다고 먼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온라인 돌봄 신청 사이트에서 이번 주 안에 접수해주시면 돌봄 전담 선생님께서 맞춤 상담 해주니까 잊지말고 신청하세요.”

“그렇게 할게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교문에서 만난 첫째는 불쑥 서류부터 내민다.

“선생님이 이번 연도 급식 모니터링 단 지원할 사람은 신청하라고 하셨어요. 학생이랑 학부모가 함께 하는 모니터링이고요. 나는 할래요. 엄마, 아빠도 읽어보세요.”

사춘기가 목전에 닥쳤음을 보여주듯 속사포처럼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입을 꾹 다무는 녀석.

‘유치원 다니며 정치하는엄마들 집담회에 손 잡고 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년에 두 차례 학교에서 하는 급식모니터링은 자녀 돌봄 특별 휴가 대상이 된다. 2시간 정도 늦춰 출근을 해도 되면서 모니터링에 참여하려는 양육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급식 재료와 검수 과정을 직접 확인함으로써 신뢰도가 높아지는 점도 특징이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엄마, 아빠가 각각 번갈아가면서 참여하면 되겠다. 선생님께 그렇게 전달해주면 고맙겠어.”

앞서 걸어가는 첫째의 불쑥 큰 키를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난 7년 간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급식과 돌봄을 위해 펼쳐왔던 여러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떠올리며 순간 울컥했다.

아이들은 자란다. 양육자의 직업이 무엇이든, 어느 지역에서 나고 자랐든, 평등하고 안전한 밥상을 마주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그것은 한 때 우리의 꿈이었으나 2025년인 지금현실이 됐다.

다시 2020년으로 돌아와 본다.

아직 우리는 누구나 3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보장받지 못한다. 영유아에게 위험한 견과류에 대한 지침도 실재하지 않으며, 급식의 질 또는 안전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감독도 요원하다. 그 뿐 아니라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에 대한 법제도와 처벌도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조리실의 설비 또한 허술하다. 주방후드가 없거나 부족해 아이들은 미세먼지나 이산화질소에 노출될 우려도 있고, 노동자들 또한 안전하지 못하다.

보육교사들의 처우도 매우 부족하다. 어린이집 교사의 식사는 별도로 준비되지 못하고, 한 반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있다 보니 아이들을 돌보느라 점심식사도 겨우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못한다.

지난 2019년, 우리는 무려 22년간 제자리였던 어린이집 급간식비 하한액을 인상시켰다. 0~2세는 1745원에서 1900원으로, 3~5세는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총액으로 따지면 최소 1천억 이상 국가 재정을 아이들의 몫으로 따낸 것이다. 1번의 기습시위, 2번의 전수조사, 3번의 기자회견 그리고 수차례의 문자행동.

청와대 국민청원 갭쳐

특히 전체 회원이 함께 했던 문자행동은 당시 국회 예결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김재원 전 의원이 '스팸 넣지 마세요. 계속하면 더 삭감하겠습니다.'라고 답 문자를 보내는 바람에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비롯한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고, 예산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병설유치원이나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급간식비가 최저 3000원선인 걸 감안하면 아직 급식차별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경험은 헤아릴 수 없이 값지다.

* 정치하는엄마들의 식판전쟁 연재를 마칩니다. 필자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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