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적인 정신을 체험하는 역사 길

지난 20~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0 여성UP엑스포’에서는 근대기 진취적인 대구 여성들의 삶과 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대구 여성탐방로 반지길’ 부스가 마련됐다. ‘반지길’은 탐방로의 시작과 끝이 만나는 반지 모양의 둥근 길로,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나자 은반지와 패물을 기부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조직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의 정신을 되살려 이름 붙인 길이다.

대구여성가족재단 최세정 팀장은 반지길에 대해 “2014년 중구 근대골목이 재조명될 때 남성만이 있어 역사 속의 여성을 찾는 연구로 출발했다”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7번의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여성관련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2015년 본격적으로 여성들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 여성들에 대한 일괄적인 자료가 없어 대구에 어떤 여성들이 있는지에 대한 정책 활용방안으로서의 연구가 ‘반지길’ 사업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최세정 교육사업팀장이 ‘반지길’ 운영 취지 및 성과와 그림 속 근대기 진취적 여성들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최세정 교육사업팀장이 ‘반지길’ 운영 취지 및 성과와 그림 속 근대기 진취적 여성들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한지윤 통신원

청라언덕에서 시작되는 반지길에서는 1929년부터 18년동안 대구에서 여성교육사업을 펼쳤던 마르타스위츠 선교사, 반지를 내놓으며 전국최초로 여성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 남일동 폐물폐지부인회를 주도한 정경주, 영화 암살 주인공의 실제인물로 알려진 현계옥, 기생 앵무로 알려진 염농산, 교육사업을 펼친 김울산 등 대구근대여성인물 30여명을 만날 수 있다.

반지길은 대구근대골목투어와 함께 대구 근대여성들의 진취적인 정신을 체험하는 역사공간이며 여성을 주제한 탐방로는 전국에서 반지길이 유일하다. 2018, 2019년부터 ‘반지길’이 성과를 거두면서 타 시, 도에서의 벤치마킹과 일반 시민들과 학교에서 보러오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2020 여성UP엑스포’에서 진행되는 ‘반지길’.
‘2020 여성UP엑스포’에서 진행되는 ‘반지길’ 부스. 관람객들이 실로 반지를 반드는 체험을 하고있다. ⓒ한지윤 통신원

최 팀장은 “지난 2017년부터 본격 운영된 반지길은 그 특성상 젠더감수성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반지길’을 설명하는 문화 해설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공개 모집한 문화 해설사는 2017년부터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12명의 해설사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금과 달리 사회적으로 한계나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여성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던 진취적인 근대적 여성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릴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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