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평등 인식조사 해보니
여성과 남성 간 기업 내 성평등 인식차 커
유리천장, 여성 70% “있다”...남성은 “없다”

우리나라 500대 기업 남성 직장인 10명 중 4명은 “한국 기업 내 성차별은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여성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성차별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사회적 참여나 직장 내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장’에 대해서도 여성은 “존재한다”, 남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70% 수준이었다. 젠더에 따라 기업 내 성평등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다른 현실을 보여줬다.
유엔글로벌콤팩트(이하 ‘UNGC’) 한국협회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함께 지난 4~10일 블라인드 앱을 이용하는 코스피 500대 기업 임직원 34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25일 공개했다. 조사 문항은 △기업 내 성평등 수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직장 내 성차별의 유형, 원인 및 개선방안 △기업 고위직 내 성 다양성 등에 관한 9개 질문으로 구성됐다.
결과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직장 내 성차별에 대한 여성과 남성 간 극심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고 문성욱 블라인드 대표는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성평등 수준에 대해 여성은 82%가 “낮다”고 답한 반면, 남성은 51%가 “높다”고 답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성평등한 직장 문화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남성의 60%는 “그렇다”, 여성은 56%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남성 응답자의 43%는 아예 “지금 다니는 회사엔 성차별이 없다”고 답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0 성격차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53개국 중 108위로 하위권이다. 여성의 교육 기회, 임금, 육아, 관리직 비율 등 10가지 지표로 만든 ‘유리천장지수’에서도 한국은 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그런데도 ‘한국 기업은 성평등하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 여전히 엿보인다고 문 대표는 지적했다.
지난 9월에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여성 직장인과 기업 인사담당자 각각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여성 직장인의 71%가 회사 생활 전반에서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답한 반면, 인사담당자의 81%는 “차별은 없다”고 답해 인식 차를 보였다.

직장 내 성차별 원인 1위는 “성별 고정관념”
성평등한 일터 만들려면 “사내 분위기 및 문화 개선 필요”
여성 응답자 중 48%는 재직 중인 회사에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유형의 성차별로 “승진/평가/보상 기회의 차별”을 꼽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남성(57%) 중 21%가 “업무/부서 배치에서의 차별”을 꼽았다. 이런 성차별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남성(37%)과 여성(31%) 모두 “성별 고정관념”을 꼽았다.
여성의 72%는 “직장 내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답했다. 기업 내 고위직에 성 다양성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엔 여성의 87%가 “그렇다”고 답해 여성들의 사회적 롤모델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들은 기업 내 여성임원 비율을 늘리려면 “남성 중심의 경영문화 개선”(32%)과 “일·가정 양립 정책의 개선”(22%)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의 70%는 “유리천장은 없다”고 답해 젠더에 따른 시각차를 다시 보여줬다.
응답자들은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려면 “사내 분위기 및 문화”(42%)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승진/평가/보상”(21%), “업무분배 및 부서배치”(18%), “채용”(6%), “의사 결정 반영”(2%), “교육/훈련/연수”(1%) 등 순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