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급 여경 대폭 늘릴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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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행정고시 18회로 1981년 경찰에 투신한 최기문 경찰청장은 개혁적 마인드와 함께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로 직원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특히 여경들의 복지 정책에도 깊은 관심을 쏟는 등 경찰개혁 추진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기문 총장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경제적 불황을 틈타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늘고 있는데 집중단속을 벌여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것. 특히 최 청장은 “여경이 남성 경찰관보다 뛰어난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많다”며 “특유의 감수성과 집중력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여경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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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난 26일 경찰청에서 만난 최 청장과의 일문일답.

- 여경 창설 57주년 기념식에서 여성경찰관의 인사·승진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했다.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 있는가.

“현재 경찰에는 간부급 여경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3341명의 여경 중 총경이 4명, 경정이 9명, 경감이 26명, 경위가 225명, 경사가 580명, 경장이 833명, 순경이 1664명이다. 경사 이하가 전체 여경의 92.4%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계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2005년까지 경사급 파출소장 306명 등 중간간부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아동 전담조사관제'를 실시하는데 여성경찰의 활약이 두드러 질 것으로 보인다.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 사건은 수사과정에서 피해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표현력이 미약한 아동으로부터 진술을 이끌어내야 하므로 조사경찰관의 전문화가 요구된다. 이에 지난 달부터 아동 성폭력 전담조사관을 각 경찰서별로 3명씩 선정, 운영하고 있다. 전담조사관은 가급적 여경으로 배치하고 있다. 피해아동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함으로써 아동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성폭력 피해아동 진술녹화'가 시범운영중이다.

“'성폭력 피해아동 진술녹화제도'는 성폭력 피해아동이 수사기관에 수차례 출석해 진술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일관성이 부족한 진술로 가해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는 사례를 없애기 위해 수사단계에서 진술을 녹화, 피해아동과 가족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이 제도를 실시한 결과 해당 사건의 피의자 구속율이 8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성폭력 범죄의 피의자 구속율이 41%에 그친 것에 비춰보면 월등히 높다. 진술녹화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아동범죄를 상담하고 조사하는 전문경찰관이 절실하며 조사할 때 관련단체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 '매춘여성 인권지킴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인권지킴이'는 지난해 2월 만들어졌다. 경찰과 민간위원들이 윤락가를 직접 방문해 성매매 여성들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를 유도, 업주들의 인권유린을 방지하고 있다. NGO 대표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지킴이는 경찰청, 윤락가를 관할하는 11개 지방청, 32개 경찰서에서 570여명이 참여한다. 특히 외국인 성매매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 미국·러시아·필리핀 대사관도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만 2762명이 지킴이 활동에 참여, 3만 8364명을 면담하고 502명의 성매매여성을 구조했다. 또 1213건의 불법행위를 적발, 악덕 업주 등 72명을 구속했다. 미국 국무부가 올해 '연례인신매매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찰의 인권지킴이 활동을 상세히 언급, 한국이 '인권 1등급 국가'로 결정되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 최근 범죄추세가 경제적 이득을 노린 성폭행, 카드범죄 등 사회적 파장이 큰 비인간적인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다수가 여성인데 근절방안은?

“카드빚을 갚기 위해 방어력이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같은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올 1월부터 8월까지 여성관련 범죄를 집중적으로 단속, 8432건의 성폭력범죄에 연루된 7971명을 검거하고 이 중 2304명을 구속했다.

여성 관련 범죄는 무엇보다도 예방활동이 중요하다. 범죄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성폭력범죄의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과 시간대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카드관련 범죄에 적극 대비하기 위해 유관기관과의 공조체제도 갖췄다.”

- 경찰청 국감에서 한총련 등 단체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우익집단 집회에 대해서는 강경 진압을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시위 진압과 한총련 수배자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하나다. 모든 사항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실정법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기관일 뿐 정치적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정법에 따라 불법 활동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

- 내년 17대 총선에 대구·경북지역 출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출마 계획은 있나?

“안 그래도 이번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일동 웃음) 성묘도 하고 고향 친구들도 만나고 싶은데 괜한 소문이 돌까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총선 출마에 대해서는 계획도 없고 준비도 돼 있지 않다. 경찰청장으로서 아직까지 해야 할 일이 많고, 그러한 소임을 다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평소 여성관에 대해 말해 달라.

“능력이 뛰어난 여성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여건이 부족해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경찰관들 역시 특유의 감수성과 세심함으로 일부 분야에서 남성 경찰관보다 뛰어난 업무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경들의 역할을 늘리는 방향을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 부부의 인생관, 교육관을 말한다면.

“'서로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우리 부부가 서로 살아가면서 가지고 있는 소박한 생각이다. 이와함께 아이들에 대해서는 부모가 원하는 사람이 돼 주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자기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올바른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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