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정·한국여성정책연구원 주최 토론회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한국여성의정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었다. ⓒ홍수형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한국여성의정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었다. ⓒ홍수형 기자

여성 정치대표성 확대를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남녀동수'가 여성문제가 아닌 민주주의 기본원칙이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헌법에 명시하는 성평등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의정·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공직선거 선출직 동등참여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가 3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한국여성의정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열린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한국여성의정 공동대표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성의원의 수가 증가하는 ‘기술적 대표성’이 증가하면 여성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고 정책적 우선순위에 차이가 반영되는 ‘실질적 대표성’이 증대된다”며 “양성 간 동등한 정치대표성의 확보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축사했다.

그러면서 “저는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동등참여를 위한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누가’ 정치를 하느냐는 ‘무엇이’ 정치 아젠다가 될 수 있느냐와 밀접하다. 국민의 절반인 여성의 경험과 요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한국여성의정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김상희 국회 부의장은 축사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3일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열린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날 토론회에는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참석해 축사했다. 김 국회부의장은 “여성대표성 확대는 우리만의 과제가 아니다”라며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통해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때 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주 인도네시아 순방 시 첫 일정으로 하원 여성의원회 의원들을 만났다”며 “2001년 당시 9%에 불과했던 여성 의원들이 활동가들과 함께 여성 대표성 확대와 성평등을 논의하기 위해 단체를 결성했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난해 선거에서 여성의원이 20%로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푸안 마하라니 하원의장을 직접 만나 ‘아시아 여성 의우너 네트워크’ 구축에 큰 공감대를 이뤘다”며 “귀국 후에도 후속 논의를 진행키로 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서는 김효선 여성신문 대표이사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발제에는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과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한국여성의정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이 3일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열린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정치세력화 목표…임계질량→동수로 전환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북경 세계여성대회 이후 25년: 동수(parity)를 향한 전진’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소장은 “여성정치세력화의 목표는 크리티걸 매스(critical mass, 임계질량)에서 동수(parity, 동등·균형)로 전환됐다”며 “이는 단수 30%에서 50%로의 수의 증가를 의미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수 즉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은 완전하게 평등한 대의민주주의를 위한 기본원칙이라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정치과정에의 여성의 배제나 과소대표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드러내는 징후이자 증상이지 여성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 제1조 제3항의 신설에 대해 주장했다. 헌법 제1조는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다.

또한 “동수는 대표자가 될 동등한 권리로서 평등한 대의제를 만들기 위한 주권적 시민의 권리라는 인식과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제도화된 권리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국민주권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권력의 행사자로서의 국민 즉 국민의 참여가 빠져있다”며 “헌법 제1조 ①항에서 천명한 민주공화국에 부합하는 국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두 국민 ‘사이’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국가는 선출 공직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한다’는 헌법 제1조 ③항의 신설은 평등한 대의제를 위한 선언으로서 새로운 민주주의, 동수민주주의의 시대를 이끌어 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한국여성의정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 ‘권고’를 ‘의무’로 개정해 강제해야

두 번째 발제에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직선거 선출직 동등참여를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 방안’을 주제로 재구성 방향을 제시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은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국회의원선거 및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때에는 각각 전국지역구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권고’ 조항에서 ‘의무’ 조항으로 개정해 강제하고 그 의무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법정화하는 것”이라며 “현행법 상의 지역구 총수 기준으로 여성공천할당 의무화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행 강제수단으로는 “비례대표국회의원 여성공천할당제와 같이 지역구여성공천할당 30%를 지키지 않은 정당의 후보자 명단을 등록 무효하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프랑스와 같이 여성추천보조금제도를 폐지하고 총선이 있는 해당연도 국고 보조금이나 경상보조금을 일정비율 감액하거나 매해 지급되는 경상보조금에서 매번 일정 비율을 감액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공천할당제의 비율도 ‘할당제’ 방식에서 ‘동등참여’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방식을 채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자치단체장 후보 성별 다양성 보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각 정당은 후보자 전원을 특정 성으로 구성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해당 후보자명부등록을 무효로 하여 여성정치대표성의 질적 전환을 이루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당법에 대해서는 “선출직 동등참여 등에 관한 정당의 책무를 강조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각 정당이 선출직 동등참여 등을 실행할 방안을 자율적으로 설계하여 이를 각 당의 당헌·당규에 명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발제 이후 토론이 이어졌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한국여성의정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김민정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가 3일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열린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 정치참여…공론화·정치역할·헌법적 규정으로 이끌어야

이날 김민정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여성의 정치참여가 급증한 유럽 국가 중 한 국가인 프랑스의 사례를 중심으로 토론했다. 김 교수는 “처음에 프랑스는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여성의 정치참여를 보이는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며 “다만 여성단체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에 1995년 총리 직속의 동수감시소가 설치되면서 다양한 제안들이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조스팽 정부에서는 헌법 개정을 추진했다”며 “물론 동수법이 통과되고 나서도 하원의 여성의원 비율은 높아지지 않았지만 2017년 현 대통령의 정당은 여성후보를 51% 공천해 전체 여성 당선자 비율이 39%를 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법이라도 정치지도자가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따라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프랑스 헌법 1조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프랑스 헌법 1조에는 법률은 남성과 여성이 선출직 및 그 임기 그리고 직업적, 사회적 책무에 동등하게 접근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는 “이러한 헌법적 원칙이 규정됨으로써 이후의 많은 법들이 각 분야에서 동수를 이루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한국여성의정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 3일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열린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대의제 민주주의 관점에서도 입법목적 정당하다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도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의 일환으로서 공직선거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남녀성비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50% 적어도 40% 이상의 여성의원이 필요하다”며 “물론 여성의원만이 여성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하나의 성이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평등한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또 “인구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여성이 주로 겪는 문제, 즉 고용문제 및 여성이 주로 피해자가 되는 성폭력 등의 범죄, 임신, 출산, 자녀 양육의 문제 등에 있어 여성의 이해관계가 실질적으로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의제 민주주의 관점에서도 과소대표성 해소가 필요하고 민주적 다양성 및 성평등의 실질화가 절실하다는 점 등에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한국여성의정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3일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열린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대표성 확대, 사회적 합의 부정적이지 않아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2015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그 다음 해 총선을 준비하면서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 규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며 1만 서명운동을 펼쳤다”며 “이는 ‘추천하도록 하여야 한다’를 의무강제규정으로 개정하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우리 회원단체인 ‘21세기 여성정치연합’이 ‘남녀 국회의원 후보 비율을 동등하게 하자는 법안’에 대해 2018년도 실시한 통계조사를 보면 찬성 62.3%, 반대 29.4%로 찬성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며 “여성 응답자 중 찬성 비율은 72.6%로 남성 찬성 응답자 51.6%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인 의견이나 합의도 ‘여성대표성 확대’에 부정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한국여성의정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최분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최분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은 3일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열린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역량 발휘할 기회 만들어줘야

최분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은 “최근 각 군 사관학교 졸업자 중 우등졸업자, 주요기업 성적우수자 등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인력이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이러한 여성들이 마음껏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가·사회 발전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적정 인력의 정치·관료사회 진출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인력이 사회적·제도적 관념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법률적 장치로 적정 비율의 진출을 명문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한국여성의정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를 열고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은 3일 서울 여의도 KMA 여의도센터에서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 대표성 확대 담론…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도 중요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은 “여성 네트워크는 대중에게 이 담론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하다못해 팜플렛이라도 만들 비용이라든지 30년이 넘도록 계속 해온 이 문제에 대한 웹사이트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토론회뿐 아니라 시민 네트워크의 힘이 물질화되도록 구현되는 것도 필요하다”며 “정당의 관점에서는 현재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386 남성 네트워크로 인해 여성들이 막혀 있다고도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여성 비율을 많이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정당 차원에서 여성들이 보여주고 있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만의 문제를 넘어서 정당 간의 경쟁을 독려해야 한다”며 “국회에 있는 여성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시민사회 네트워크와 온라인 파이터들의 시너지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사례를 들며 “영국은 헌법에 명시되거나 입법할당제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34%라는 비율을 이뤘다”며 “이는 노동당뿐 아니라 정당들이 경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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