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의 역사

 

폐경은 여성이 중·노년기로 이행하며 나타나는 월경 종료 현상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폐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걸까? 대중매체에서 굳어진 폐경기 여성의 이미지는 신경질적이고, 감정 기복이 심하며, 더 이상 ‘쓸모 없는’ 비이성적 존재다. 그래서 폐경기에 접어든, 혹은 폐경을 맞이한 여성은 두렵고 불안한 변화를 홀로 감당해야 했다.

역사학자 수전 P. 매턴은 이 모든 것이 잘못된 시각이며, 폐경을 둘러싼 낡은 신화라고 일축한다. 상당히 도발적인 주장도 펼친다. “폐경이라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의 독특한 진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열쇠다.” 폐경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석기 시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를 펼친다. 파라과이 열대우림과 프랑스 접경 피레네 산맥, 중화제국과 산업화 시기 런던을 거쳐 현대 미국과 한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을 살핀다. 폐경에 최초로 관심을 가진 이들이 진화생물학자였다는 점, 농경 시대의 가부장적 사회 경제 체제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폐경기 이후의 노년 여성들, 18세기 유럽에서 폐경이 의학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점 등 우리가 몰랐던 폐경의 역사를 풍성하게 다뤘다. 이 책을 읽은 여성들은 폐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좀 더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수전 P. 매턴/조미현 옮김/에코리브르/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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