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페미니즘과 법 이론을 연결해 사유하는 시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두꺼운 책은 미국 페미니즘 법 이론의 흐름과 관련 법제도의 변천사 및 법원 판결 내용을 풍성하게 소개하면서 입법안과 개정안을 추적하고, 필요한 경우 문학작품 및 기사도 인용한다. 가상 사례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이처럼 다각적인 접근 방식으로 페미니즘 법 이론 입문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이 책은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깊이 있는 사유를 전해줄 것이다. 페미니즘의 다양한 담론에 어떠한 주체들이 등장하고 어떠한 노력이 있었는지를 법의 역사라는 틀 안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책으로 손색 없다. 무엇보다도 페미니스트 법 이론이 현실과 동떨어진 현학적인 문답이 아니라 현실 속 문제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미국 사례를 다루지만 고용 성차별, 강간죄 관련 ‘성인지 감수성’ 판결 등 한국 사회의 이슈들과 상당히 유사하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데에도 도움이 될 반가운 책이다. 

낸시 레빗, 로버트 베르칙/유경민, 최용범, 최정윤, 박다미, 소은영 옮김/한울/4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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