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연 온라인 GV 시대
온라인 채팅 방식 도입해
진행자가 무례하거나
편견·혐오 섞인 질문 걸러

“‘GV 빌런’이 사라졌다.”
요즘 영화계 안팎에서 안도와 기쁨이 섞여 나오는 이야기다.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 시간에 무례하거나 당혹스러운 질문을 하는 관객을 ‘악당(villain)’에 빗대어 ‘GV 빌런’으로 부른다. 코로나19 속 많은 GV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진행자가 부적절한 질문을 미리 거를 수 있게 되자 GV 빌런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여성 영화 관객들이 뽑은 주요 'GV 빌런' 유형
여성 영화 관객들이 뽑은 주요 'GV 빌런' 유형.

지난 10월 21~30일까지 열린 국내 최대 영화제인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도 GV 빌런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올해 BIFF 상영작 192편 중 135편은 GV를 열었고, 이 중 90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보통 GV에서는 관객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질문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온라인 채팅방에 관객들이 질문을 올리는 식으로 바뀌었다. 상영 후 스크린에 채팅방 접속 QR 코드가 뜨면 관객이 QR 코드를 찍어 오픈 채팅방에 접속하는 방식이었다. 질문 글자 수도 최대 80자로 제한했다. 진행자는 관객들이 많이 선택한 질문을 우선 골라서 감독이나 배우에게 물었다.

결론은 “온라인 GV를 했더니 GV 빌런이 걸러졌다”. 관객 김혜리(30·부산 거주)씨는 “올해 BIFF 상영작 4편의 온라인 GV에 참여했다. 손들고 질문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덜해서인지 평소보다 많은 질문이 채팅방에 올라왔다. 편견·혐오가 섞인 부적절한 질문도 있었지만 진행자들이 잘 정리했다. 평소보다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GV였다”라고 말했다. 송지영(35·서울 거주)씨도 “상영작 2편의 온라인 GV에 참여했다. 평소에는 여성 감독이나 페미니즘 관점의 영화에 대놓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는 남성 관객들이 많아서 눈살을 찌푸렸는데, 올해는 그런 광경을 볼 수 없었다. 질문 글자 수 제한 때문에 함축적이고 깊이 있는 질문들이 나와 다들 감탄하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니 다른 영화제도 이런 장점을 잘 살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영화제뿐만 아니라 극장 상영작 GV도 온라인 채팅 방식 도입으로 GV 빌런을 축출하고 있다. 영화홍보마케팅 A사 B팀장은 “온라인 GV 전환 이후로 오래 고민한 듯한 좋은 질문들이 늘어서 관객도 감독도 만족했다. 코로나 시대의 거의 유일한 순기능 아닐까”라고 말했다. 여성영화 스트리밍 플랫폼 ‘퍼플레이’의 강푸름 퍼줌 에디터(콘텐츠팀)도 “진행자들은 GV 빌런을 거를 수 있고, 관객들은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이나 편견이 가득한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돼 ‘윈윈’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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