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후보 정윤석 작가 작품 논란
"여성 신체 성적 도구화하는 리얼돌 내세워...
여성혐오적 작품 국립미술관 전시 맞지 않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 4일부터 정윤석 작가의 리얼돌을 소재로 한 작업이 전시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 4일부터 정윤석 작가의 리얼돌을 소재로 한 작업이 전시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의 작가상 2020’ 후보로 오른 정윤석 작가의 작품이 여성혐오 논란을 낳고 있다. 이른바 '리얼돌'을 소재로 한 작품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성의 신체를 성적 도구화하는 리얼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지 않다"며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국내 미술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대표 미술상이다. 해마다 후원작가 4명을 선정해 신작 제작 지원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도록·홍보 영상도 제작해 ‘현대미술 다큐멘터리’로 제작·방영한다. 해외 진출도 적극 도와준다. 올해 후원작가는 김민애(39), 이슬기(48), 정윤석(39), 정희승(46) 작가로 이들 중 1명이 내년 2월 ‘2020 올해의 작가’에 선정된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후원 작가 4인의 신작이 처음 공개되자 정윤석 작가의 작품이 곧바로 논란에 휩싸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리얼돌은 사람의 신체를 그대로 본 따 만든 성인용품으로 여성의 성상품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정 작가는 리얼돌을 소재로 인간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리얼돌 공장에서 리얼돌을 제작하는 과정과 리얼돌을 파트너로 여기며 함께 생활하는 일본인 남성 센지 나카지마 등을 소재로 장편영화를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편 영화 한 편과 사진 및 영상 설치로 구성된 작품 ‘내일’을 선보였다. 영화 ‘내일’은 인간과 닮은 인간의 대체물들을 만들거나 소비, 혹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다.  

 

#올해의작가상_정윤석_후보박탈하라 해시태그 번져 

작품 내용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 #올해의작가상_정윤석_후보박탈하라 라는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정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여성혐오적’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 o씨는 “여성을 물화하는 산업을 조명해서 찾겠다는 낡고 게으른 작가가 올해의 작가가 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데이트 폭력이 사회문제인 한국에서 물체가 된 여성 신체를 두고 남성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여성혐오 전시를 당장 내려라”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 s씨는 “여성혐오는 예술이 아니다”라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여성혐오적인 정윤석 작가의 전시를 중단하고 올해의 작가 추천인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처.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처.

여성의당 “시민들 비판 무시…공공기관 본연의 의무 방기”

여성의당은 9일 성명서를 내고 “‘올해의 작가상’ 섹스돌 다룬 정윤석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책임 있게 대응하라”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해당 전시가 문제 되는 것은 섹스돌 이슈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는 비판적 관점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이라며 “시민들의 비판에도 문제 된 전시를 철거하지 않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사회적으로 억압된 관점을 재조명하여 사회 인식의 저변을 넓혀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본연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당은 “국립현대미술관은 공공성의 가치를 가져야 할 국공립 미술관으로서 그 의무를 위반했다”며 “문화발전과 공공성의 가치를 지향하는 국공립미술관에서 여성의 신체를 성적 도구화하는 ‘섹스돌' 내용을 전시한 것은 공공성에 크게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의 작가상’은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수상제도로서 후보만 되어도 수천만 원의 제작지원금이 지급된다. 국민의 절반인 여성을 상품화하는 이미지를 작업한 사람에게 국민 세금으로 구성된 지원금을 준다는 것”이라며 “결국 국립현대미술관은 여성에게 공공제도를 이용해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당은 “‘올해의 작가상’의 경우 한국미술계를 대표하는 ‘올해의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비판적 성찰은 필수”라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정윤석 씨의 올해의 작가상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즉각 전시물을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비판과 논의는 충분히 가능”

관람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예술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비판과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동시대 미술에서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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