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대학에 와보니 강의보다 더욱 힘든 것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상담하는 일이다. 그 동안 상아탑에서 지식을 쌓아온 학생들의 꿈과 그들이 이제 첫발을 내디디려고 하는 사회와는 너무나도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실업자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새로 늘어나는 실업자 네 명 중 세 명이 20대 이하의 실업자라고 한다. 통계로 나타난 청년실업자는 35만명, 실업률은 7% 수준으로 심각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숫자에는 구직을 아예 단념한 실망실업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일할 능력과 의사는 있지만 사회적인 통념에 부딪쳐 취직을 포기하는 수가 많은데, 실업자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여성들의 실업률이 오히려 남성들보다 낮게 나타나는 모순도 있다. 또한 편의점이나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포함하여 어떤 형식으로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부 취업자로 계산한다.

실제로 학교를 떠난 사람들이 어떤 형편에 있는가를 조사한 결과가 있는데, 20대 이하의 청년 인구 570만명 중 400만명이 취업하고 나머지는 가사나 건강 등으로 취업을 포기하거나 실업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실업자가 공식 통계인 35만명 수준을 사실상 크게 넘어선다는 의미다.

왜 이렇게 젊은 실업자가 많아졌을까.

경제가 나빠진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3%대로 떨어짐에 따라 일자리가 20만개 가까이 줄어든다고 한다.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도 원인이다. 대기업이 갓 대학을 졸업한 학생을 많이 뽑아 훈련시키던 종전의 관행에서 당장 일을 시킬 수 있는 소수의 경력자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대학 정원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제대로 갖추도록 교육을 못 시킨 것도 원인이다.

젊은 사람들의 직업관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실업자가 많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다가 외국으로 나가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물론 보수가 낮고 근무 환경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선뜻 가기가 어려운 점은 있다. 그러나 한 언론사의 조사 결과 월수입 120만원의 중소기업에 취직하지 않겠다고 한 실업자가 절반이 넘었다는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내년에 예산 5000억원을 들여 인턴 등 13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공무원을 4000명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에서 청년실업을 풀기 위해 뉴딜정책을 시행하고 독일에서도 점프(JUMP)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한 점에 비추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노동의 수요공급을 맞추는 구조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일자리도 모자라고 일손도 모자라는 기현상을 타파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직업능력을 갖춘 인재를 기업의 수요에 따라 길러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연공서열과 정년이 보장되는 시스템 속에서는 이미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자리는 지켜지는 반면에 새로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의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마련이다. 또한 대학 입학이나 졸업시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경력직을 뽑는 비율이 이미 70%를 넘어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작은 기회라도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 다음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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