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우아하고 날카롭게, 글로 만든 세계에 이름을 남긴 여성 작가 10인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한가득 펼쳐진다. 20세기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을 중심으로 지성의 세계에서 펜을 검처럼 휘두른 그녀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도러시 파커, 리베카 웨스트, 한나 아렌트, 메리 매카시, 수전 손택, 폴린 케일, 존 디디언, 노라 에프런, 레나타 애들러, 재닛 맬컴. 이 작가들을 엮어 일종의 평전을 펴낸 저널리스트이자 비평가 미셸 딘은 이들을 한데 묶는 키워드를 ‘예리함(sharp)’으로 설정했다.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벤야민처럼 성만 들어도 누구인지 아는 데 비해 여성 작가들은 여전히 성과 이름을 모두 호명해야만 인식된다는 점을 비틀어 ‘파커’ ‘웨스트’처럼 이들의 성만으로 챕터를 구성했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예리한 문장으로 미국 지성계를 사로잡은 여성 10인의 발자취와 그 빛나는 재능이 무대 위에 오른다. 이들이 동시대를 통과하며 문학, 미학, 정치, 학문의 장 안에서 서로 얼마나 연결돼 있었는지, 어떻게 교류했고 경쟁했는지도 풍성하게 드러난다. 이 밀도 높은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이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중요한 작품을 남겼기에 이들에 대한 비평이 활발해야 한다는 저자의 의지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미셸 딘/김승욱 옮김/마티/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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