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말

 

아픈 몸에 대한 고정관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바디 에세이스트, 홍수영의 질병 서사 에세이다. 15년 전, 당시 14살이던 홍수영에게 ‘디스토니아(근육긴장이상증)’라는 근육병이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그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제어할 수 없는 근육의 경련과 발성 장애로 인해 말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고, 목이 자꾸 구부러져 앞을 응시하는 일조차 어려운 때도 있었다. 질병으로 인한 몸의 변화 이후 관계의 불균형과 소통의 단절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저자의 ‘느린 말’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저자의 병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고통이 찾아오는 것은 한순간이다. 

병증이 보이지 않기에 편견과 의심은 더욱 잦았다. 경증과 중증을 나누며 아픈 몸을 끊임없이 위축시키는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 말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받았던 숱한 차별이 몸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이 책은 그러한 편견과 거부, 단절의 경험 안에서 ‘침묵’하며 빚어낸 통증의 기록이다. 또한 질병과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향해 기도하는 마음의 기록이기도 하다. 실제로 홍수영은 기도를 통해 말을 한다. 기도로써 고통을 발화하고, 기도로써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 이름 붙여지지 않은 수많은 아픈 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섣부른 편견으로부터 우리가 ‘함께’ 벗어날 수 있음을 담담히 일러주는 성찰의 산물이기도 하다. 

“서로에게 무관해지지 않으려는 마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상대방의 아픔을 다 이해할 수 없을지언정 그 아픔에 무심해지지 않겠다는 다짐. 그보다 더 이 사회에 절실한 게 있을까.” 

홍수영/허클베리북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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