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그린 블루, 합치면 화이트!

@33-1.jpg

지난 6일 EBS '삼색토크 - 여자'는 신명나는 다듬이질로 첫방송을 열었다.▶

많은 격려와 기대 속에 EBS '삼색 토크-여자'가 닻을 올렸다. 지난 3일 찾아간 '삼색 토크- 여자'의 출연자 대기실.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모여 김현주 PD의 사인에 맞춰 다듬이 박자 연습에 한창이다.

“생각보다 어렵네.”“속이 다 시원하다.”“앞에서 누군가 손짓을 해줘야 하는 것 아냐?” 그동안 쌓였던 여자들의 한을 신명나게 풀어보자는 첫 회 오프닝 세레머니다. 낯선 다듬이질에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금세 딱딱 들어맞는 박자에 신명이 덩실.

'담다디'에서 '어기여 디여라'까지 큰 폭의 변화를 인상깊게 보여주었던 가수 이상은(33)씨. 레드 코너의 진행을 맡았다. '삼색 토크- 여자'의 세 가지 테마 가운데 하나인 레드는 그날 토크의 주제를 일반인 10명에게 물어보고 이를 통해 일반인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가는 코너다.

레드 코너에서 같이 진행되는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여자에게 금지되었지만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풀어헤쳐 실현해 보고, '자유는 나의 힘'에서는 앞장서서 자유를 실천하는 여성 또는 남성이 출연해 그만의 활기찬 에너지를 전해준다. 자유롭고 솔직한 이미지의 이씨에게 적격인 코너인 셈이다.

특히 2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씨는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여성 프로그램이나 여성 관련 행사에 자주 모습을 비춘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된 것도 “대본이 일단 재미있고 너무 어렵게 이즘에 대해 얘기하는 거보다 속시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페미니즘은 책 몇 권 본 게 다지만 앞으로 많이 배우는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하기도 한다.

오는 10월 말 결혼을 앞둔 연극배우 정경순(39)씨는 '여자-평화'의 부제가 붙은 그린 코너를 맡는다. 정제된 인터뷰가 중심이 되는 영상토크 그린 코너는 한 편의 평화로운 시를 보는 듯한 영상 에세이로 여성들이 가진 따뜻하고 생명감 넘치는 에너지를 풍성하게 담아낼 예정. 정씨는 “즉석에서 한다고 했다”고 할 만큼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틀에 갇힌 토크쇼가 아니라 내 맘대로 말할 수 있는 형식이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나는 여자를 좋아하거든요.”결혼이라는 여성의 삶의 추이를 보여줄 정씨는 예전부터 입담 좋기로 유명하다. 진행을 맡게 된 소감을 물으니 정경순식 페미니즘 지론이 이어진다.

“한국 여자들 똑똑하고 일도 잘해요.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받다보니 더 튀어오르는 것 아닐까요. 특히 요즘 20대를 보면 연애문화가 아주 흥미로워요.”

3년 전 패널로 출연했던 이숙경(37)씨는 더욱 감회가 새롭다. “다시 프로그램이 생기니 반갑죠. 한번 죽었던 프로그램이 다시 살아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3년 전에는 여성학 개론서 같았는데 지금은 감수성을 많이 담는 것 같아요. 여성주의의 저변이 많이 확대되고 대중화되었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여성학을 전공한 이씨는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여성학적 해석을 첨가해줄 예정이다.

한편에 조용히 앉아 있는 낯익은 남성 한 분. 1회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출연하는 정신과 전문의 김상진(43)씨다. 다른 진행자들이 “페미니스트다”라고 입을 모은다. 3년 전 6개월 동안 게스트로 출연했던 그는 다시 방송을 하면서 여자들의 얘기만이 아닌 남자들의 얘기도 담아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불과 3년만인데도 많이 달라졌어요. 혼자 남자 게스트로 나오다보니 부담도 되지만 균형을 맞춘다는 측면에서 평범한 남자들이 느끼는 갈등, 힘든 부분도 얘기할 생각입니다.”

진행자들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스튜디오 테마토크 형식의 블루 코너는 일명 '찜질방 토크''후끈 토크''리얼 토크'라는 별칭하에 진실 혹은 대담한 이야기들이 신명나게 펼쳐진다.

안 어울릴 듯, 절묘하고도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진행자들. 그들의 입담으로 풀어내는 여성문제와 여성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모처럼 만난 반가운 여성 프로 EBS '삼색 토크-여자'의 장기 행진을 기대해 본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