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천식을 앓다 사망한 9세 아동 엘라 키시-데브라의 사망 원인으로 '대기 오염'이 인정됐다. ⓒ엘라로베르타가족재단
영국에서 천식을 앓다 사망한 9세 아동 엘라 키시-데브라의 사망 원인으로 '대기 오염'이 인정됐다. ⓒ엘라로베르타가족재단

영국에서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사망 원인으로 인정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현지시간 16일 영국에서 천식을 앓던 9세 아동 엘라 키시-데브라의 사망 원인에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포함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법의학 전문가인 필립 발로우 검시관은 2주간에 걸친 공판 끝에 엘라가 “과도한 대기오염 영향으로 천식으로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넘는 수준의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에 노출됐다”면서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엘라의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급성 호흡부전, 심각한 천식, 대기오염에 노출이라고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엘라는 런던 남동부의 교통량이 많은 한 도로에서 25m 떨어진 집에서 살았다. 체조 대회에서 메달을 따올 정도로 건강했던 엘라는 2010년 천식 발작을 시작한 뒤 병원에 30차례 넘게 실려 가는 등 고통을 겪다가 2013년 사망했다.

그녀의 마지막 2년은 심각한 천식 발작으로 인해 거의 30번이나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천식으로 인해 폐에 체액이 가득 찼고, 그녀의 폐는 망가졌다.

엘라의 어머니 로사문트 키시-데브라는 “(엘라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기 위해 그녀가 28개월 동안 겪었던 일을 겪은 진짜 이유를 알고 싶었다”면서 “이제 그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사망 원인에 관한 첫 조사가 이뤄졌을 때는 환경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교사 출신인 엄마는 딸의 이름으로 천식 아동을 위한 모금을 시작하다 ‘엘라가 사망할 무렵 이 지역 대기오염 수치가 크게 치솟았다’고 알려주는 전화를 받았다.

조사 결과, 2006년∼2010년에 집 주변 도로의 공기 중 이산화질소 수준은 법적 최대치를 계속 초과했다. 엘라가 도로를 따라 학교까지 걸어 다닐 때 가족은 대기오염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고 아무도 경고해주지 않았다.

스티븐 홀게이트 사우스햄튼대 면역약리학 교수는 엘라의 의료기록을 분석해 “다른 천식환자와 달리 겨울철 대기 오염이 심해질 때 발작이 나타났다”면서 “주거환경을 바꿨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영국 언론들은 “딸의 사망 후 7년간 끈질기게 원인 규명에 매달려온 엄마의 노력이 결실을 봤다”면서 “역사적인 평결”이라고 평가했다.

로저 하라빈 BBC 환경분석가는 “가난한 사람들은 최악의 공기를 마시고 부유한 사람들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면서 “영국의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논쟁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연 2만8000명~3만6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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