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웹드라마 ‘연애혁명’

카카오 TV 드라마 연애혁명.
카카오 TV 드라마 연애혁명. 사진=카카오M

 

TV를 버리고 OTT의 세계로 넘어간 젊은 세대에 맞춰 청소년 드라마도 웹의 세상으로 옮겨갔다. 한때 청소년들의 마음을 뛰게 하고 과몰입을 유도했던 <공룡선생>, <사춘기>, <나>, <반올림>, <학교>, <드림하이> 같은 청소년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 TV에서 이와 같은 드라마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라이브온>(JTBC)처럼 가끔 청소년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선보이긴 하지만, 인기와 화제성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월부터 매주 2편씩 공개 중인 청소년 드라마 <연애혁명>(카카오TV, 네이버시리즈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연애혁명>은 이삼정보고등학교 1학년들의 연애와 일상을 다룬 청소년 드라마이자 웹드라마다. 왕자림에게 첫 눈에 반한 공주영의 연애와, 친구들의 우정, 꿈 등 10대들의 세계를 코믹하게 담아내고 있다. 시놉시스만 읽어보면 여느 웹드라마와 다를 것이 없지만 <연애혁명>은 몇 가지 지점에서 기존 청소년 드라마와 로맨스 장르를 비틀어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카카오 TV 드라마 연애혁명. 사진=카카오M
카카오 TV 드라마 연애혁명. 사진=카카오M

 

10대들의 일상을 다루는 청소년 드라마는 당연하게 그 안에 학업 경쟁, 학교폭력, 집단 괴롭힘 등 한국 학교의 어두운 면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런데 <연애혁명>은 애초에 성적과 학업 경쟁에는 관심이 없다. 학교가 주된 배경이기에 시험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시험은 개인의 학업 성취가 아닌 친구들의 우정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청소년 드라마에 한 반에 한 명은 꼭 있는 말 없고 반항적이면서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반항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10대들의 일상을 다루기에 소소한 갈등들은 있지만 심각하게 그려지지 않으며 해결도 비교적 쉽게 된다. 인물 간 갈등은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될 정도로만 다뤄진다.

일반적인 로맨스 장르의 관습도 살짝 비틀어 반전 재미를 선사한다. 남주인공  공주영, 여주인공 왕자림이라는 이름은 마치 공주와 왕자를 연상시키지만. 드라마에서 공주는 남자, 왕자는 여자이다. 이러한 성별 역전 설정은 성격 묘사에도 이어진다. 공주영은 귀여운 외모에 애교 많고 사랑스럽고 여자친구에게 순종적이다. 반면 왕자림은 항상 날카롭고 시크한 표정과 무뚝뚝한 말투, 주영의 애교를 오글거린다고 냉랭하게 밀어내는 인물이다. 순정만화가 그동안 고수했던 시크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잘하는 소위 ‘츤데레’ 스타일의 남자 주인공의 성격을 여주인공인 왕자림으로, 사랑스럽고 지고지순한 여주인공 설정을 공주영으로 바꿨다. 공주영과 왕자림 커플의 주도권은 여주인공에게 있다. 심지어 요리를 잘하는 것도 도시락을 챙기는 것 역시 남주인공이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리드하는 연애 방식이 부각되지 않는다. <연애혁명>이 담아내는 고등학생들의 연애 과정에는 여전히 정형화된 성 역할 특징도 혼재되어 나타난다. 남주인공인 공주영이 데이트와 이벤트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거나,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애쓰고, 남성의 고백이 당연하게 그려지는 상황 등이 그 예다.

청소년 드라마를 TV에서 찾아보기가 힘든 지금, 웹으로 간 청소년 드라마 <연애혁명>은 고등학생들의 일상과 연애를 유쾌하게 다룬 스낵 컬처 콘텐츠이다. 청소년 드라마나 순정만화, 로맨스 장르가 지닌 장르적 관습을 벗어난 반전 재미가 있지만, 성평등적인 연애와 전통적인 성 역할에 바탕을 둔 연애에 관한 고정 관념이 혼재된 양상을 보인다. 젊은 세대가 즐기는 웹드라마에 성평등 메시지를 더욱 담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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