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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15주년 축사 좌담 참석자들이 새로 제정된 여성신문 로고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이기태>

한바탕 웃음, 격려와 축하, 단소리와 쓴소리가 어우러진 한 판 대동굿 같았다. 긴 산고 끝에 태어나 적잖은 잔병치레를 겪으며 청소년기에 접어든 여성언론이 대견한 듯 좌담 참석자들은 감격어린 소회를 쏟아냈다.

'여성신문' 15년 역사를 곁에서 지켜본 산 증인들이 모였다.

■ 참석자

박혜란 본지 논설위원 /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본지 논설위원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 / 최보은 월간 '프리미어' 편집장

김금래 한나라당 여성국장 / 유승희 통합신당 여성팀장 / 서명선 여성부 대외협력국장

박광수 본지 편집국장(사회)

■ 때 2003년 10월 16일(목) 08:00

■ 곳 여성신문사 회의실

사회 = 주변의 걱정과 기대를 함께 모으며 탄생한 여성신문이 올해로 창간 15돌 맞았다. 대안언론으로서 여성신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격의없는 고견을 부탁드린다.

박혜란(이하 박) = 내가 창간 때부터 편집위원을 맡았으니 15년 최장수 직원인 셈이다.(웃음) 처음 시작할 때 사람들은 우릴 보고 3년 안에 망할거라고 했다. 전문 언론인그룹에 속한 남성들은 심지어 6개월이라 했다. 그랬던 여성신문을 우리는 당당하게 15년간 이끌어 왔다.

여성들이 갖고 있는 욕망이나 자기표현 욕구를 언론이 1단 가십으로 다루던 그 시기에 여성신문이 탄생했다. 여성신문은 사회를 향한 여성 목소리의 물꼬를 텄다. 여성신문이 없었으면 오늘의 여성부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여성신문은 우리 여성운동사에 획기적인 것이었다.

김금래(이하 김) = 변두리에 머물던 여성을 중심으로 이끌어 낸 게 여성신문이다. 내가 단체에 있을 때 여성신문은 하나의 교과서였고, 정보의 장이었다. 여성운동 하는 이들은 꼭 읽어야 하는 신문이었다. 여성문제를 사회문제화할 수 있었던 여성신문의 활약은 참 귀중한 것이었다.

여성문제를 사회화하는 힘

유승희(이하 유) = 여성신문이 여태 살아남은 것 자체를 기적으로 본다. 남성이 주류인 정치판에 있어서 잘 안다. 보수적인 신문세계에서 여성을 내걸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대단하다. 15년이면 봄 여름 지나 가을이다. 바야흐로 수확기에 접어든 것이다. 결실을 걷으시라. 지금이 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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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란 본지 논설위원

전세계를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보고 이슈를

끌어내는 것이 여성신문 최후의 지향점이다

조영숙(이하 조) = 여성단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졌지만 '소통'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여성신문은 그 통로 역할을 했다. 당시 지방의 활동가들은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에 한 번 참석해야 서울 소식을 알 수 있었고, 지역으로 소식을 전파할 수 있었다.

그 때 지역 활동가들은 서울에 와 '어떻게 됐어요'라고 물었는데, 여성신문이 나온 뒤엔 '어떻게 됐다면서요“라고 물었다. 얼마나 대단한 발전인가. 여성신문 독자확보 자체가 여성운동과 직결되는 것이었다. 즉, 여성신문은 여성운동의 정보네트워크 구실을 해 여성운동의 전국화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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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은 월간 '프리미어' 편집장▶

자족적인 언론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언론이 되려면 일간지로 가야한다

서명선(이하 서) = 요즘엔 다른 여성매체도 생겼다. 여성신문 창간 뒤 우먼타임즈, 미즈엔 같은 후속매체가 나왔는데, 바로 여성신문이 그 탄생에 터를 닦은 점 높이 평가한다.

여성신문이 없었으면 여성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우리가 열심히 일을 하고, 의미있는 사업을 했는데도 일간지엔 나오지 않는다. 며칠 뒤지만 여성신문에 크게 나오는 것을 보면 뿌듯하고, 힘을 얻는다. 여성부 탄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성부가 더 큰 발전을 하는데 여성신문이 든든한 뒷받침이 되기를 바란다.

이미경(이하 이) = 성폭력, 가정폭력 같은 용어조차 생소한 시절 여성신문이 살려낸 것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김부남 사건이나 성폭력특별법 제정 등이 대표적다. 여성신문을 보면 정보를 알 수 있고, 시각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최보은(이하 최) = 여러분 의견에 전폭적으로 동감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축하한다.(모두 웃음)

사회 = 칭찬을 많이 해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그간 여성신문이 미진했던 부분,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지점들에 대해 말해 주시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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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

젊은 흐름과

소수자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 이프나 우먼타임스, 한겨레에서 나오는 여성지 등 여성매체의 외연을 늘리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너무 '여성주의자'들끼리, 우리끼리만 모여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우물이 차고 넘쳐 다른 곳을 적시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내가 매맞는 것까지 폭로하면서 여성신문을 도왔는데, 후속타가 없어 안타깝다.(모두 웃음) 엘리트적이고 폐쇄적인 울타리를 벗어야 한다.

성공 관건은 '대중화'

= 지난 15년동안 사람이나 사회가 너무 빨리 변했다. 여성신문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변화의 흐름과 해석에 대해 공유하고, 여성운동의 변화를 진단하고 해석하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젊은 흐름이나 소수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라.

= 최보은씨 얘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웃음) 대중성이 문제다. 여성신문은 여성운동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여성운동도 어떻게 대중성을 확보하느냐 한계를 갖고 있다. 선언이 아닌 내용으로 다가가는 대중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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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선 여성부 대외협력국장▶

여러 여성매체를 탄생하게 한 기반을

여성신문이 다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 같은 생각이다. 나는 어떤 의미에서 경계인이다. 여성운동 출신으로 지금은 보수적이라는 한나라당에 있다. 여성신문에 애정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너무 뾰족하고, 편향적인 부분 때문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여성신문이 여성운동하는 이들만의 동인지가 아니라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 한가지. 15년 된 신문에 오탈자가 너무 많다. 사진이 잘못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것 보면 정말 안타깝다. 기자가 자주 바뀌고 살림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 여성신문에 오자나 사진이 잘못 나오면 내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만드는 신문 같기 때문이다. 지금 다들 대중성 얘기를 하는데, 그동안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우리 어머니와 딸도 여성신문을 본다. 어머니는 참 재미있게 봤다고 하신다. 박혜란 선생 칼럼을 좋아하신다. 다양한 목소리를 좀 더 세련되게 조화시키는 게 숙제인 것 같다.

= 고민을 하나 더 추가하자. 여성운동으로 시작한 매체인데, 지향점은 여성주의적 관점이다. 객관적인 시각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문제다. 운동단체 회지에나 나올법한 내용들도 보인다.

= 기자들이 매번 긴장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과거엔 황혼이혼, 아줌마운동 등 굵직한 이슈를 끌어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게 없다. 내부의 끊임없는 고민과 배우는 자세, 외부의 의견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더 확장돼야 한다.

앞으로는 온라인의 활용도 중요하다. 여성신문 온라인을 좀 더 활성화시키는 게 필요하다. 물론 투자도 필요하다.

= 여성의 눈으로 한국사회와 세계사적인 변화를 꿰뚫는 게 필요하다. 여성의 주장과 이슈는 있는데, 진단하고 평가하는 역량은 부족한 것 같다. 국외 여성운동의 흐름을 읽는 시각도 부족하다. 세계는 점점 하나가 되 가는데, 운동의 세계화는 미진해 보인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보편적이고 심층적인 문제를 다뤄달라.

= 전세계를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보고 이슈를 끌어내는 것이 여성신문 최후의 지향점이다. 정치를 여성의 눈으로 어떻게 보고, 대안을 만들지에 대한 일이다. 경제도 알아야 한다. 페니미즘만 갖고는 안된다.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라

10년 쯤 지나면 페미니즘과 전문성이 결합한 여성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여성운동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여성만 보지 남성까지 못 본다. 우리의 목표는 여성과 남성의 공존인데, 지금은 여성을 끌어 올리는데도 허덕이고 있다.

여성신문 기자들에 대해선 생각이 복잡하다. 과중한 업무와 지면 채우는 것만도 힘든 것 안다. 하지만 한국 유일의 여성전문 기자 아닌가. 여성신문 기자가 갖는 특수성과 힘을 모르는 것 같다. 그 힘을 정확히 알아야 기사 하나하나에 힘을 집중할 것이다.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페미니즘 저널리스트의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최보은씨가 그런 일을 했다.

= 아드님이 내 글 싫어한다고 들었다.(웃음)

= 메시지는 분명하고 날카롭지만, 보통 사람들이 상처받게 해선 안된다. 깨우치고, 아 그렇구나 하는 느낌 드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신문 기사 보면 공격받는 느낌이 든다. 남녀 모두.

= 표현에서 뾰족한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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