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운동으로서의 여성신문
언론운동으로서의 여성신문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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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월간 허스토리 편집장

미디어 페미니즘의 견인차

“기성매체가 여성의 소식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우리의 소식과 생각을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를 만들자.”

여성신문의 시작은 이런 용기에서 시작됐다. 여성의 소식을 여성의 눈으로 보고 여성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여성매체로서 여성신문은 대안언론운동의 선두주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왔다.

우선 여성신문은 '미디어 페미니즘'을 완성도 있게 구현해냈다. 여성의 시각으로 볼 때, 기사의 중요도와 형식은 기성언론의 틀과 상당히 달라져야 했다. 사회통념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혔을 때는 전혀 중요해보이지 않았던 여성문제들이 '여성의 눈'으로 들여다봤을 때, 새롭게 중요한 기사가치를 갖는 사건으로 조명될 수 있었다. 여성신문의 지면은 기성 언론의 틀을 깨고 여성의 관점에 충실하고 여성의 고민을 충분히 드러내려는 진지한 노력을 통해서 언론과 여성문제 사이의 교집합으로서의 미디어 페미니즘을 구현내 나갔다.

여성신문의 미디어 페미니즘에서는 의심하기, 새롭게 보기, 새롭게 쓰기라는 작업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작업을 통해서 일간지의 기사와 시사만평, 만화에서부터 해외화제에 스며든 여성비하적 속성을 분석해냈다. 성폭력 피해자를 다루는 남성중심적 시선, 법정의 성차별적 편견, 지도자급의 여성인사들을 폄하하는 여성혐오적 논리들을 명쾌히 파헤쳐냈다. 이런 작업은 90년대 한국여성의 자의식의 표출구가 되었고, 여성들이 보수적인 기성지배문화에 짓눌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지원과 소통의 에너지가 돼 주었다.

어떤 대안언론보다도 강력한 실천성을 보인 것이 여성신문의 미디어 페미니즘이 보여준 또다른 기여이다. 여성신문은 언론인 동시에 여성운동이었다. 취재원과 기자라는 이분법적인 틀을 깨고 페미니즘의 윤리를 과감히 수용해서 '자매애'라는 새로운 틀로 새로운 관계설정을 했다. 여성신문은 어떤 사건에 대해서 끝날 때까지 후속보도를 계속하고, 여성단체를 연결해 새로운 여성운동의 이슈를 개발하고, 후원금을 모아 전달하는 등, 기성언론이라면 하지 않는 과외의 활동을 기꺼이 해냈다. 여성신문이 만들어낸 특종들이 여성인권 사건이 주종을 이루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 강력한 실천성, 자매애라는 페미니즘의 실천적 윤리 기반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신문은 90년대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여성들의 에너지의 결집체인 언론이었다. 그 당시 성장기를 거친 한국여성들은 지금 대다수가 한국을 움직이는 리더로 성장해 있다.

이들은 여성신문을 키우는 데에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유일의 여성언론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은 당시 한국사회사를 설명할 만한 독특한 현상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신문은 지면 자체보다도 가장 강력한 한국여성계의 네트워크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재 여성신문은 어떤 주간지보다 가장 독자의 수준이 높은 주간지로 정평이 나 있다.

사업의 측면에서 볼 때 여성신문은 미디어 페미니즘의 시장을 개척한 선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여성신문의 지면은 주로 여성의 자의식, 사회의식, 역사의식과 관련된 것으로 시장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정보들이었다.

여성신문은 '돈이 안되는 정보'로 가득한 지면을 15년 동안 한번의 결호도 없이 발행해 냈다. 그동안 세월이 변해 미디어 페미니즘이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단계에 이른 지금, 여성신문과 유사한 미디어들이 상당수 생겨났다. 후발주자들이 계속 생겨난다는 것은 미디어 페미니즘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 기존의 소비 일변도의 여성지들과 여성문제에 냉담하던 일간지들도 상당한 수준의 페미니즘적 내용을 포함하게 됐다는 것 또한 현재 미디어 페미니즘의 지형도이다. 이 지형도를 만들어간 선발 주자로서의 여성신문의 성공은 단순한 한 매체의 성공이 아니라 여성의 자기표현 영역의 확대와 여성지위의 향상을 의미한다.

여성신문이 구현한 미디어 페미니즘의 요체는 실험과 역사의식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여성신문은 치열한 대안언론으로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활성화된 미디어 페미니즘 영역을 넉넉히 끌어안을 만한 자심감과 멀리 보는 시야를 잃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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