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안젤라 킬로렌 CJ E&M America 대표
기생충·BTS·한드 ‘한류 열풍’의 숨은 공헌자
케이팝 콘서트 KCON 운영
기생충 오스카상 수상 캠페인 실무 맡아
입사 10년 만에 CJ그룹 미주법인 대표로

모친은 ‘한국 1세대 여성 사업가’
조안리 스타커뮤니케이션 회장
“어머니에게 뚝심과 개척 정신 배워”

2014년 8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KCON 2014 행사에 참석한 안젤라 킬로렌 대표 ⓒGetty Images
2014년 8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KCON 2014 행사에 참석한 안젤라 킬로렌 대표 ⓒGetty Images

2020년은 한국 문화가 세계 주류 문화로 발돋움한 해였다. 영화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 최초 오스카 작품상(최고상), 한국영화 첫 골든글로브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빛나는 방탄소년단(BTS), 유튜브에서 연일 신기록을 세우는 블랙핑크 등 케이팝(K-Pop)의 약진도 눈부셨다. 

변방에 머물던 한국 문화 콘텐츠는 이제 세계가 열광하는 콘텐츠가 됐다. 그 ‘숨은 공헌자’로 평가받는 여성이 있다. CJ그룹의 미주법인, CJ E&M 아메리카(CJ E&M America)를 이끄는 안젤라 킬로렌(51) 대표(CEO)다.

2011년 CJ E&M America에 입사해 한국 드라마·영화·음식·음악 통합 홍보 마케팅을 맡았다. 미국 내 한국 영화 배급, 엠넷(Mnet)과 티비엔(tvN) 채널, KCON, 한식 브랜드 ‘비비고(bibigo)’ 사업을 아울렀다. 2015년 최고운영책임자(COO), 지난해 9월 대표에 올랐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어와 영어 모두 자유로이 구사한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현지시간), 미국 LA에 있는 킬로렌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줌(Zoom)’을 켜자 빈틈없이 묶은 머리에 테가 두꺼운 안경, 헐렁한 옷차림의 그가 반갑게 인사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9개월째 재택근무 중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는 바쁘게 보냈다. “큰 명절이라 요리도 하고 챙길 게 많았어요. 오후엔 아이랑 등산도 다녀왔어요.” 11세 아들 가브리엘도 불쑥 얼굴을 내밀고 까르르 웃으며 물었다. “저도 기사에 나오나요? 제목은 ‘엄마 인터뷰를 방해한 아들’이에요?”

- 2020년 한 해 어떻게 보내셨어요?

“거의 내내 재택근무를 했어요. LA는 ‘폐쇄(shutdown)’ 상태고요. 영화, TV 시리즈 등은 제작 진행 중이지만 답답해요. 비대면·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니 적응해야죠. 더 많은 화상 미팅을 하고, 더 많은 프로젝트를 피칭·지원하며 바쁘게 일하고 있어요. 24시간 일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도 해요.”

2020년 영화 ‘기생충’의 골든글로브·오스카상 수상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안젤라 킬로렌 당시 CJ E&M America COO와 봉준호 감독. ⓒ본인 제공
2020년 영화 ‘기생충’의 골든글로브·오스카상 수상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안젤라 킬로렌 당시 CJ E&M America COO와 봉준호 감독. ⓒ본인 제공

- ‘기생충’의 골든글로브·오스카상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거두셨죠. 영화 제작은 바른손이 했지만, 오스카 석권엔 투자와 배급을 맡은 CJ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미경(62) 부회장님과 실무자들이 힘쓴 덕이죠. 봉준호 감독님이 가장 열심히 뛰셨고요. 2019년 칸영화제 프리미어 때부터 수상 가능성을 확신했어요. 오스카상을 목표로 2019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죠. 미국 배급사를 만나 설득하고, 한국 영화를 낯설어할 사람들을 만나 마음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했어요. ‘표밭’을 다지면서 유권자를 한 명 한 명 만나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선거 캠페인과 참 비슷하더라고요. 돈과 지위도 중요한 변수고요.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영화의 진정성이었어요. ‘기생충’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에 더 큰 제작사, 더 유명한 감독의 작품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고 봐요.

사실 실무단은 굉장히 우려했어요. 현실성이 부족하다고요. 그래도 끝까지 해보자고 설득했죠. 한국 영화가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못 오른 건 말도 안 된다고요. 또 좋은 작품을 만나 열심히 밀어보고 싶어요.”

- 케이팝 부문의 성과도 있죠. 올해 KCON은 코로나19 속 발 빠르게 비대면·디지털로 전환했고, 전 세계 440만명이 참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케이팝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팬들이 모여 공연 보고, 먹고, 마시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싶었어요. 2012년 1회 KCON 운영을 맡은 이후로 SNS를 통해 커뮤니티를 조직해왔죠. 올해부터 모든 걸 더 완벽하게 디지털로 서비스한 것 같아요. KCON 10주년도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CJ ENM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0년 10월 16일부터 25일까지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케이콘택트 시즌2(KCON:TACT season2)’를 진행했다. 전세계 440만 명의 K컬처 팬들이 함께 했다. ⓒCJ ENM
CJ ENM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0년 10월 16일부터 25일까지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케이콘택트 시즌2(KCON:TACT season2)’를 진행했다. 전세계 440만 명의 K컬처 팬들이 함께 했다. ⓒCJ ENM

 

기생충·BTS·한드 ‘한류 열풍’의 숨은 공헌자
케이팝 콘서트 KCON 운영
기생충 오스카상 수상 캠페인 실무 맡아
입사 10년 만에 CJ그룹 미주법인 대표로

킬로렌 대표와 실무자들은 처음부터 세계시장, 다국적 관객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에서 한국 문화콘텐츠를 팔려면 한인을 노려야 한다’는 조언도 받았지만, 영어를 앞세운 현지화 전략을 세워 다국적 팬들, 업계 관계자들과 소통했다. 2012년 첫 KCON 때는 킬로렌 대표가 직접 LA 행사장을 돌았다. 참가자들을 인터뷰해 얻은 정보와 통찰을 바탕으로 오늘날 KCON을 세계 최대 한류 페스티벌로 키웠다. “한류 열풍을 넘어 해외 한류 팬덤과 그들의 콘텐츠 소비행태를 자세히 분석한 것”도 주요 성과로 꼽았다.

한국 영화를 미국에 알리기 위해서도 힘썼다. 현지 상영관 확보부터 시작했다. 극장 20여 곳에 작품을 배급해 조금씩 인지도를 높이고, 박스오피스에 이름을 올려 현지 언론의 관심과 호평을 끌어냈다. 넷플릭스 등 주요 OTT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작품을 보여주고 설득해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2020 제18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을 수상했다. 

- 대표님 정도의 여성 CEO는 지금도 흔치 않을 듯해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한인 여성의 활약이 눈부셔요. CJ만 봐도 이 부회장님. 최진희 스튜디오 드래곤 초대 대표가 있고요. 한국과 미국 CJ E&M 모두 여성 비중이 높아요. 팀장 회의를 하면 남성이 1명뿐이라 따로 배려가 필요할 정도죠(웃음).”

-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주변에선 저더러 ‘사람은 좋은데 일을 엄청 시킨다’, ‘모험 지향적’이라고 할 것 같아요(웃음). 저는 다 계산이 있어서 그러는데... KCON도, 기생충 오스카상 캠페인도 그렇게 밀어붙여서 해냈죠. 남이 할 수 있는 걸 왜 우리가 못 해(Why not us)? 물론 일은 힘들어도 행복하게, 웃으며 하려고 노력해요. 갈등이 생길 때면 원칙으로 돌아가고요. ‘FM’대로 하면 된다고 하는 사람이에요. 힘들어도 옳은 일을 제대로 할 때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10대 때부터 문화·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생 땐 연극을 했다. 미 컬럼비아대에서 중국 역사를 전공하고, 졸업 후 1993년 월스트리트 대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취직했다. “남들처럼 돈 벌려고 들어간 직장이었는데 돈만 벌어서 무슨 성공인가” 싶어 진로를 돌렸다. 엔터테인먼트·디자인·문화 사업 영역에서 사업개발·마케팅 업무를 10년 이상 했다. 재미 한국인 ‘차세대 리더’ 네트워크 ‘넷캘(NetKAL)’ 대표도 맡아 한인 네트워킹과 차세대 리더십 교육에 힘쓰고 있다. “문화 사업에 관심이 많고, 두 언어를 할 수 있고, 두 다른 문화를 알고 있으니까 그 간극을 줄이는 게 제 평생 역할인 것 같아요.”

 

모친은 ‘한국 1세대 여성 사업가’
조안리 스타커뮤니케이션 회장
“어머니에게 뚝심과 개척 정신 배워”

기업인 조안리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글로벌 패밀리와 글로벌 네트워킹이다. 사진은 남편 케네스 킬로렌(한국명 길로연)씨 생전의 행복했던 가족 모습. (왼쪽부터)둘째 딸 현미, 남편, 큰딸 성미, 그리고 조안리 회장.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prescription drug discount cards site cialis trial coupon
킬로렌 대표의 부친 케네스 킬로렌(한국명 길로연)씨 생전의 행복했던 가족 사진. (왼쪽부터) 둘째 현미 씨, 케네스 킬로렌 씨, 안젤라 킬로렌 대표, 조안리 회장. ⓒ조안리 회장 제공

‘한국 1세대 여성 사업가’ 조안리(75) 스타커뮤니케이션 회장이 그의 모친이다. 서강대 재학 시절, 초대 학장이던 고 케네스 킬로렌(한국명 길로연) 신부를 만나 스물여섯 나이 차를 극복하고 로마 교황청 허락을 받아 결혼한 영화 같은 로맨스의 주인공이다. 조안리 회장은 당시 독보적인 여성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두 딸을 키우며 세계 최대 PR기업인 버슨미스텔러 한국지사 사장, 전문직 여성들의 국제봉사단체 존타(ZONTA)의 한국 여성 최초 아시아 지역 총재 등을 거쳤다. 자전적 에세이집 『스물 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문예당, 1994)은 1990년대 베스트셀러였다. 

어머니의 그늘이 짙지는 않았을까. “남들이 어떻게 말하건 제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하려는 자세는 어머니를 닮은 것 같아요. 그런데 모든 아이들에겐 부모님 말을 안 듣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겠죠? 제 경우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거예요. 어머니는 ‘남의 회사에서 일하지 말고 네 걸 만들라’ 하셨지만, 저는 제 개인의 역량보다 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을 가진 조직에서 일할 때 더 보람을 느껴요.”

“어머니에게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내는 뚝심과 개척 정신을 배웠다”고도 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로이 구사하며 일할 수 있는 건 어머니 덕이에요. 서울에서 외국인학교를 다닐 때, 어머니가 ‘너는 한국인이니 한국어를 쓰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며 동생과 함께 퇴학시키고 세 달간 따로 공부를 시키셨어요. 곧바로 한국 초등학교에 갔죠. 그땐 힘들었는데 어머니가 심어주신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네 자신에게 하나의 도구를 더 주는 것이다’라는 말씀은 계속 기억나요.”

킬로렌 CEO는 “여성들이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전엔 한 가지 꿈만 이루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욕심이 생겨요. 점점 새로운 꿈, 더 큰 꿈을 꾸게 돼요. 문제는 지속성이죠. 나 하나, 한 사례로 끝날 일이 아니라 주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길, 정치 리더십으로 이어지는 길을 만들고 싶어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