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페미니즘을 만나다] 불교, 에코페미니즘, 오래된 여성문명의 회귀
[불교, 페미니즘을 만나다] 불교, 에코페미니즘, 오래된 여성문명의 회귀
  •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 승인 2021.01.07 10:22
  • 수정 2021-01-07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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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페미니즘을 만나다] (끝)
중국 만수선사의 관세음보살상 ⓒ성평등불교연대
중국 만수선사의 관세음보살상 ⓒ성평등불교연대

 

생태 파괴와 기후 위기의 절박한 상황에서 인류가 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멸종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확률이 딱 50%라고 답하며 불교, 에코페미니즘, 그리고 오래된 여성 문명의 회귀에 대해 진지하고도 재미있게 강의를 해준 분은 현경 교수였다.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비록 '줌'으로 만났지만, 참으로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그는 미국 유니언신학대교수로 재직 중이기에 신학자로만 알았는데, 미국에서 불교 스승들을 만나서 관음젠스쿨 불교법사 역할도 하고 있으며, 많은 저서를 통해 한국에서도 유명하지만 특히 자신을 살림이스트로 소개하기를 좋아했다. 

현경 교수는 코로나가 그 누구도 할 수 없던 일, 즉 바쁜 일상을 멈추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 환경, 생태 등을 돌아보고, 생명공동체인 지구 살리기에 대한 절실함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코로나여신’으로 명명했다. 마스크가 불편하지만 자신의 호흡을 바라 볼 수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기 자신과 만날 시간이 많아졌다. 이것은 바로 명상 과정과 매우 닮았기 때문에, 그는 강의에 들어가면서 10여 분간 명상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다. 아주 차분하게 공기, 바람, 나무, 개울, 땅, 하늘을 보며 결국 자신을 만나는 여정을 소개하면서, 폭력, 억압, 분노, 절망 등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서, 제대로 멈추어야 함을 강조했다. 

현경 교수는 불교와 페미니즘의 만남으로 불교를 덮고 있는 가부장성의 때를 걷어 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기성 종교들이 인간 해방과 평등을 부르짖으며 등장하지만, 점차 그 사회의 가부장성으로 인해 종교 본래의 모습이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성 종교가 새로운 지역으로 전파될 때는 종교 본래의 모습을 더 잘 보여주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불교가 서구로 유입될 때는 붓다의 가르침, 즉 교리를 강조하면서 서구 문화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불교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때 서구에서 발전한 페미니즘과 결합되면 불교는 보다 친여성적으로 변화하며 인간 해방이라는 본질에 다가간다고 그는 주장했다.  

불교와 에코페미니즘의 결합

전체 인류사를 돌아볼 때, 약 5000여 년 정도에 불과한 남성중심사회는 특히 적자생존, 지배와 종속, 죽임의 문화였다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이전 오래된 문명의 시대로 돌아가면 생명 존중, 돌봄 등 여성 중심 사회가 있었다. 남성 중심의 위계적인 문화가 인류의 종말을 운운하는 이 때, 살림의 문화로 바꾸는 것이 페미니즘, 특히 에코페미니즘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교의 무소유와 연기의 세계관은 에코페미니즘의 주장들을 모두 담아낼 수 있기에, 이 둘의 결합은 살림의 지름길이라고 현경 교수는 주장한다. 

불교와 에코페미니즘은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정복과 파괴의 문화, 무한 경쟁에서 상대를 밟고 올라가야만 하는 남성과 평등해지기를 거부하고, 살림의 문화로 서로를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현경 교수는 에코페미니스트라는 말보다 살림이스트라는 말을 선호한다고 한다. 불교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관세음보살은 아픈 환자를 만지기만 해도 병이 낫고 쳐다만 봐도 자비심으로 감복하는 것처럼, 이 시대의 보살은 남자를 만지면 여성 혐오에서 벗어나고, 정치를 만지면 민주주의가 살아나고, 경제를 만지면 노사가 연대하는 경제로 살아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신의 모습을 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은 인도불교에서 남성이었지만, 중국에 전래된 후 여성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지배와 종속, 심판, 죽임의 아버지의 문화에서, 돌봐주고 안아주는 어머니의 문화로 바뀐 것인데, 이는 누군가의 강요로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민초들에 의해 300년 동안 서서히 변화했다고 한다. 여성의 몸을 한 관세음보살이 가장 강력한 지배남성인 왕을 상징하는 용을 타고 중생들을 구제하는 모습, 이는 아주 오래된 문명에서 존재했던 여신의 모습이다. 거기에서는 어머니중심의 문화가, 차별이 아니라 평등이,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이 있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남성 중심, 지역 중심으로 의식의 폭발이 일어났던 제1의 축의 시대를 지나 제2의 축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남성성이 아니라 여성성이, 개인이 아니라 집단 지성이, 그리고 지역이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의식 폭발이 발생하고 있다. 협력과 연대를 통한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이 때, 살림과 돌봄, 성장과 공존을 위해 불교페미니즘이 앞장서서 그 역할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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