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최초 여성 코치 베키 해먼
12월 31일 경기서 사령탑 데뷔
르브론 제임스·파우 가솔 등 NBA 스타들 응원 이어져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베키 해먼. ⓒ베키해먼 공식 웹사이트 (www.beckyhammon25.com)
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는 베키 해먼. ⓒ베키 해먼 공식 웹사이트 (www.beckyhammon25.com)

미국프로농구(NBA)의 유일한 정규직 여성 코치로 ‘유리천장’을 깨온 베키 해먼(44·Becky Hammon)이 NBA 정규리그 경기 최초의 여성 감독대행이 됐다. 

지난해 12월 31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AT&T 센터에서 열린 경기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감독이 2쿼터 도중 퇴장당하자, 코치인 해먼이 남은 경기를 이끌었다. 엘에이(LA) 레이커스에 107-121로 졌지만, 남자 프로농구팀을 여성 지도자가 지휘한 최초의 경기였다. 

이날 CNN에 따르면 해먼은 이 경기 뒤 현장 기자들에게 “진짜 엄청난 일이었다”면서 “(감독이 퇴장당하며 지휘권을 맡긴 것은)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솔직히 그 순간에는 그냥 이기고 싶었다. 경기에만 집중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LA 레이커스 감독 프랭크 보겔은 같은 날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해먼은) 충분히 감독대행을 맡을 만했다. 언젠가 훌륭한 감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인사이더의 보도에 따르면, 1000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대기록을 세운 스타이자 LA 레이커스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도 이날 경기 후 “그(해먼)가 큰 소리로 신호를 주는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었다”며 “해먼은 경기에 정말 열정적이다. 그에게 축하를, 그리고 우리 리그에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샌안토니오 스퍼스 팀의 유명 농구선수 파우 가솔(Pau Gasol)이 여성 코치에 대해 쓴 공개서한. ⓒThe Players' Tribune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유명 농구선수 파우 가솔(Pau Gasol)이 여성 코치에 대해 쓴 공개서한 페이지 일부. ⓒThe Players' Tribune 캡처

해먼은 여성프로농구(WNBA) 스타 선수 출신이다. 그는 1999년부터 2014년까지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며 올스타에 6번 뽑혔다. 은퇴 후 2014년 여성 최초로 NBA 풀타임 코치가 됐다. 2015년 서머리그에 감독으로 이름을 올려 팀을 우승시키기도 했다. 2016년 올스타 게임에서는 최초의 여성 올스타팀 코치로 활약했다. 2017년에는 밀워키 벅스 단장 면접도 봤다. 2020~2021 시즌을 앞두고는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감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스페인 출신 유명 농구선수이자 두 차례 NBA 우승을 차지한 샌안토니오 스퍼스 선수 파우 가솔(Pau Gasol)도 앞서 2018년 해먼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가솔은 스포츠 선수들의 미디어 플랫폼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실린 공개서한에서 ‘최고 수준의 농구 리그에서 여성은 남성을 코칭할 능력이 없다’는 말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NBA 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들에게 한다면 매우 멍청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키 해먼은 코칭할 수 있다. ‘꽤 잘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럭저럭 잘할 것’이라는 말도 아니다. ‘남성 코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코칭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아니다. 베키 해먼은 NBA에서 코칭할 수 있다. 끝”이라고 언급했다.

스타 선수로 활약하던 2009년의 베키 해먼. ⓒWikipedia Commons
스타 선수로 활약하던 2009년의 베키 해먼. ⓒWikimedia Commons

해먼은 평소 “내가 성공하든 비참하게 실패하든 내 뒤에 있는 여성들과 소녀들을 위해 기꺼이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날 경기로 그는 NBA 감독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