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이 2021년 신년 기획 <92년생 김지영>을 통해 이 시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싣습니다. 82년생, 92년생, 00년생 여성의 이야기를 들으며 ‘젠더갈등’이라는 이름 아래 그동안 ‘한국형 백래시’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주목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할 방안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 백래시(Backlash)는 어떠한 아이디어, 행동 또는 물체에 대한 강한 반발을 뜻하는 단어로, 성평등 및 젠더 운동 등의 흐름에 반대하는 운동 및 세력을 ‘백래시’라 부른다.

여성신문 기획기사 '92년생 김지영'은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92kim.womennews.co.kr/

젠더 인식에 대한 2030세대의 성별 간 격차가 상당하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갈등’ 및 ‘노동조합’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젠더 갈등은 20대 젊은 층(20대 62.4%, 30대 40.5%, 40대 21.9%, 50대 21.6%)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심각성도 많이 느끼는 분야였다.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여성신문에서 젠더폴리틱스는 '한국사회 젠더 갈등와 해결책' 세미나를 열었다. ⓒ홍수형 기자
 여성신문 젠더 폴리틱스 연구소에서 지난해 7월 진행한 '한국사회 젠더 갈등와 해결책' 좌담회. ⓒ홍수형 기자

여성신문은 ‘젠더 갈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지난해 7월 여성신문 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는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이었다.

김정희원 교수는 젠더 갈등에 대한 원인에 대해 억울함·허탈감을 꼽았다. “‘Aggrieved Entitlement’ 개념을 소개하고 싶다”며 “어떤 사회에서 한 기득권 집단에서 속한 사람이 기존의 사회적 전통이나 이전 세대들의 삶을 봤을 때 내가 이 정도는 당연히 누려야 할 자격과 권리가 있다고 느끼는데 현시점에서 (그런 것들을) 느끼지 못할 때 느끼는 억울함, 허탈감을 뜻하는 특정한 단어”라고 밝혔다.

김정 교수는 “자기가 느끼는 어떤 상대적 박탈감을 풀어내기 위한 대상이 필요하다”면서 “이 대상은 당연히 엄청난 분석을 통해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딱 보이는 집단들을 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보면 미국에서는 피부색, 인종으로 드러나는데 한국에서는 ‘젠더’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최근 수년간 쌓아온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젠더 간의 이해를 막는 측면도 있고 지금 벌어지는 하나의 역차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성과 박탈감이라는 논의가 젠더 갈등과 계속 결합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홍수형 기자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홍수형 기자

박정훈 기자는 남성들이 자신들보다 여성이 조금 더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언론 기사를 보면 ‘젠더갈등’이라는 단어를 쓴다. 남성들의 안티 페미 행위를 '젠더갈등'이라는 말로 바꿔서 표현하는 것이다”며 "페미니스트들이 무언가를 바꾸자고 하는데 남성들이 막자고 한다. 이런 걸 '젠더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메갈리아 이후 여성들이 이러한 투쟁 언어를 얻었다”며 “남성들은 과거엔 경험하지 못했던 언어들을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남성들이)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남성 일반을 ‘나쁜 사람’ ‘범죄자’로 묘사한다고 상상하면서 반발이 커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지 않으니, 여성들이 조금 더 이득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진옥 연구위원은 여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여성혐오 담론이 불거진 것은 2013년”이라며 “한국 사회를 뒤덮었던 것이 ‘헬조선’이었다. 남녀구분이 없었다. 그러나 남성 언어로 이야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디씨인사이드 문화 속 찌질한 남성성은 그렇게 적대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공격적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다”며 “차별적으로 된 것은 이명박근혜 정권 때부터”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은 다양성이 없다”며 “기본적으로 다양성이 없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대 남성이 반페미를 하게 되는 결정적 요소는 여성들”이라며 “20대 여성이 페미니스트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20대 페미니스트 여성에 대해 정말로 많은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남성들만 주목하고 여성들이 무언가를 했을 때는 언어화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여성혐오”라고 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 ⓒ홍수형 기자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 ⓒ홍수형 기자

 

"일부 여성들, 트랜스 젠더를 경쟁자로 인식"

이들은 여성들이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에게 느끼는 차별에 대해서도 각자의 해석을 내놨다.

김정희원 교수는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사건을 언급하며 “이 사건에서 트랜스젠더는 ‘경쟁자’였다”며 “여성들은 트랜스젠더를 자신과 같은 약자가 아닌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봤고, 그가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가 침입자로 분류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자신의 생계,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다른 전반에 깔린 실제 하는 차별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기본적으로 너무나 저성장 사회이고 경제 성장이 느려지고 있다”며 “취업 연령이 높아지고 생계의 문제로 직결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그러한 논리로 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는 “분리주의 페미니스트는 (성소수자를) 경쟁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며 “숙대 여성혐오랑 굉장히 유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기본적으로 불법 촬영 등에 대한 공포가 있기 때문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말한다”라며 “(트랜스젠더가) '소수자'이기 이전에 '나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남성보다 트랜스젠더를 더욱 심하게 욕하기도 한다”며 “그 이유는 첫째, 트랜스젠더를 교란자로 여기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혐오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사회가 깔아놓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진옥 연구위원은 트랜스젠더들의 언어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랜스젠더의 여성관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결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구에서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메갈에서 워마드로 오면서 래디컬 페미니스트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들이 말하는 핵심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이들이 많이 언어화됐으면 좋겠다. 이들은 대변자나 문화인류학자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이 어떤 경로로 페미니스트가 되고 있는지 논쟁도 하며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홍수형 기자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홍수형 기자

 

"남성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구조 유지에 공모 하는 것"

이들은 ‘새로운 남성성’도 제시했다.

김정희원 교수는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실은 여성혐오적 구조, 성차별적 구조, 불평등한 환경 안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남성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는 여성들의 불편함을 계속 견디고 들을 것을 권고했다.

김정 교수는 “남성들은 ‘모든 남성들이 그런 것이 아니야’라고 하는데 이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말을 하면서 중립을 지키려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중립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구조를 이대로 유지하는데 공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면 그 상황에 직접 개입하면 된다”며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페미니스트처럼, 지적하는 사람을 옆에 둬야 한다. 이미 있다면 감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들을 계속 옆에 두고 불편함을 계속 견디고 들을 것을 권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정훈 기자는 남성들에게 청원 등의 방법으로 여성 이슈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유튜브에 혐오 콘텐츠가 많다. BJ'철구' 등이 남성성의 예시로 여겨지고 있다”며 “성인 남성을 이렇게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고, 초등학교 때부터 성평등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남성에게 끊임없는 행동이 요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다 못해 청원이라도 하고, SNS에 올리고, 시위에 참여해야 한다”며 “실제로 조직에서 무언가를 깨고 주변을 바꿔나가는 사람들, 이런 남성 롤모델이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옥 연구위원은 “‘남자는 이래야 해’라는 것은 굴종하는 모습이 남성화된 모습”이라며 “권위주의적인 노동 문화가 취약한 남성 문화를 더욱 취약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젊은 남성들을 생각했을 때 제일 속상한 것은 구의역 사건과 같은 산재 사고로 죽은 사람들”이라며 “한국 노동 현장에서 안전 문제는 여성에게도 물론 해당되지만, 건설 관련 문제는 남성성의 착취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의 산재 문제는 남성의 문제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남성의 피해자성이 건강하게 드러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성의 착취에 기반한 노동 문제를 ‘남성 문제’로 호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적인 무엇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인터랙티브 연결 : https://92kim.womennews.co.kr/

※ 본 기획기사와 인터랙티브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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