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 정인이 묘지 가보니
주말 가족 단위 추모객 줄이어

정인 양 묘역에 추모객들이 선물을 놓고 간 모습이다. ⓒ김규희 기자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도 정인 양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소재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는 정인 양을 추모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과 차량으로 붐볐다.

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했다. 2일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사망 하루 전 정인 양 모습이 담긴 어린이집 CCTV 영상을 공개하는 등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대한 여론을 다시 환기해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정인 양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쓴 글을 SNS에 공유하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확산됐다. (관련 기사 ▶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확산...김상중·엄정화·이윤지·장성규 참여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666)

9일 추운 날씨에도 경기도 양평군 소재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치된 정인이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길게 늘어 서 있다. ⓒ김규희 기자

현장에는 특히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이 많았다.

11개월 영아를 포함한 7세, 5세 딸 셋을 둔 아버지 최문선(44·인천시 연수구)씨는 최근 정인 양의 소식을 TV를 통해 접하게 됐다. 최씨는 “애들과 함께 (정인이에게) 인사해주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CCTV에 담긴 정인이의 (사망 전) 모습이 모든 것을 다 체념한 것처럼 보여 계속 눈에 밟혔다”며 “내 아이 같기도 하고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7세 딸과 5세 아들을 둔 강찬구(38·경기도 군포시)씨와 김청화(38·경기도 군포시)씨는 “딸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파서 기도라도 해주려고 왔다”고 전했다. 부부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정인 양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 강씨는 “어른이 (정인이를) 못 지켜준 것과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모르고 있었던 것에 대해 너무 미안했다”고 밝혔다.

9일 정인 양 묘역을 방문한 한 가족의 모습이다. ⓒ김규희 기자

올해 결혼을 앞둔 노을(33·경기도 고양시)씨와 유준호(33·경기도 고양시)씨도 정인이를 보기 위해 묘역을 방문했다. 유씨는 “늦었지만 그래도 아기 가는 길 위로해주려고 왔다. 추워도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며 “시민들이 많이 와서 (정인이가 잊히지 않는 것 같아) 좋다”고 덧붙였다.

9일 경기도 양평군 소재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에 마련된 정인 양 묘역 근처에 정인이에게 온 선물이 정리돼있는 모습이다. ⓒ김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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