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주의 미술 작가 개인전
21일까지 아르코미술관
거리두기로 온라인 선공개
비인간 존재로 관심 확장
뉴노멀 시대 새로운 연대와 공생 탐색

가부장적 사회와 시선에 저항하는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몸을 퍼포먼스,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이야기해온 홍이현숙(64) 작가의 개인전 ‘홍이현숙: 휭, 추-푸’가 오는 2월 21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다. 코로나19 관련 당국의 방역 지침에 따라 미술관이 잠정 휴관하면서 전시는 온라인 영상으로 먼저 공개됐다.

홍이 작가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 대표 작가로 평가받는다. 또한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소외된 존재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데려와 가시화하는 실험적인 기획과 프로젝트를 다수 선보였다. 홍이 작가는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기획을 통해 낙후되거나 사라지는 터전과 지역민의 삶을 고민했고 동료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연대와 협력을 강조한 지난 작품과 연장선에 있다. 비인간 존재로 관심을 확장했고,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의 감각을 구현해야 하는 예술가의 고민도 반영했다. 

2020년 아르코미술관 기획초대전 《홍이현숙: 휭, 추-푸》 공식 포스터 ⓒ아르코미술관
2020년 아르코미술관 기획초대전 《홍이현숙: 휭, 추-푸》 공식 포스터 ⓒ아르코미술관

제목의 ‘휭, 추-푸’에서 ‘휭’은 무언가 날아가는 소리, ‘추-푸’는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다. ‘추푸’는 『숲은 생각한다』(에두아르드 콘 지음, 차은정 역, 사월의책, 2018)에서 인용했으며 남아프리카 토착민의 언어인 케추아어로 동물의 신체가 바람에 날리거나 수면에 부딪히는 소리를 뜻한다. 인간의 언어가 아닌 열린 소리와 몸을 사용해 인간-비인간이라는 근대적 이분법 논리를 극복하고, 동물과 동등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와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인간의 청각 범위를 초월하는 고래의 소리, 재개발 지역 골목에 남아 살아가는 길고양이 등이 소환된다. 홍이 작가는 그들과 우리가 서로 삶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함께 헤엄치고 날아다니는 상상의 결과를 전시장에 펼친다. 또 작품을 통해 비인간 동물이 겪는 고통이 곧 우리가 마주한 위기임을 인식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2020년 아르코미술관 기획초대전의 하나다. 오프라인 관람 가능 일정은 추후 별도 공지 예정이다. 전시와 더불어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www.arko.or.kr)에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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