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식하는 이유는 노후 준비
매달 적립식 투자로 장투해야
코스피 3000시대도 원칙 동일
가격 말고 기업 가치 봐야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홍수형 기자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홍수형 기자

 

[존리가 말하는 행복한 부자되는 3가지 원칙]
·노후준비를 삶의 중심에 둬라
·자녀에게 사교육 시키지 마라
·부자처럼 보이지 마라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에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 3000을 돌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주식거래활동 계좌 수는 3548만개에 달한다. 2019년(2936만개)에 비해 약 20%인 612만개가 늘었다. 2018~2019년 증가건수(224만개)보다 3배가량 많다.

존리(62)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동학 개미들의 선봉장이라는 뜻의 ‘존봉준’(존리+전봉준)으로 불리며 개인투자자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당장 주식을 시작하지 않으면 혼자 뒤쳐지는 것 같은 분위기에 조바심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주위에서 주식이 올랐다는 소리에 솔깃해지기도 한다. 정말 주식으로 대박날 수 있을까? 존리 대표는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오르내리는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업의 가치에 투자해야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잘나가는 투자사 대표지만 개인 차량을 사지 않고 걷기를 즐긴다. 쓸 데 없는 소비는 줄이고 1만원이라도 꾸준히 장기투자를 해 미래를 준비하자는 자신의 투자 철학을 스스로 지킨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며 코스피지수 3000 시대를 열었습니다.

“코스피지수 3000 돌파의 원동력은 삼성전자죠. 삼성전자 같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서 코스피도 함께 올랐어요. 젊은 사람들이 주식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 의미가 있죠. 과열됐다는 말들도 있지만 주목해야 할 건 국가가 돈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에요. 3000을 넘어 1만, 2만이 돼야죠. 선동하는 것이 아니에요. 주식 상승세가 이어지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자본시장 생태계도 선순환 됩니다.”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6년 넘게 강조하셨죠. 그동안 투자자들도 변하던가요.

“6년간 버스를 타고 전국을 다니고 주말마다 강연을 하면서 같은 말을 반복해왔어요. 장기투자해야 한다고. 예전에는 주식 투자를 도박처럼 여겼어요. 지금은 너도나도 관심을 갖습니다. 정말 큰 변화죠. ‘마켓타임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잘못된 투자 철학입니다. 주식 투자의 목표는 노후준비여야 해요. 노후준비는 서울에서 부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데 자동차 사고 싶다고 자꾸 수원에서 빠지면 결국 부산에는 도착하지 못합니다. 주식은 모으는 것입니다.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었지만 급하게 오르면 당연히 조정도 옵니다. 그때마다 일희일비하며 사고 파는 게 아니라 노후까지 꾸준히 사 모으란 얘기에요. 지금의 수익률은 중요하지 않아요. 멀리 봐야 합니다.”

-최근 주식 투자에 뛰어든 여성들도 늘고 있습니다.

“좋은 신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더 이상 월급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은 돈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점잖치 않다며 터부시하는 문화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성별로 딱 나눌 순 없지만 여성들은 안전을 추구하는 투자 성향이 있어요. 남성 투자자들은 자신이 시장을 이길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런 일은 안 일어나거든요.”

-‘여성 차별하는 회사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도 하셨어요.

“여성 인력을 더 늘려야 해요. 여성의 권리를 높이자는 차원을 넘어 그 회사가 여성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경영활동의 유연성을 알 수 있습니다. 금융 분야에도 여성 인력 진출이 너무 적어요. 한 여대에 강연을 갔는데 MBA 과정에서 금융은 아예 제외했다고 하더군요. 신청자가 적어서요. 여성들이 금융에 관심을 갖고 더욱 적극적으로 금융 분야에 진출하기를 바랍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홍수형 기자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홍수형 기자

-이제라도 바로 주식 투자를 해야 하나요?

“어디가 상한가 칠 거다 하니 가만히 있으면 큰일 날 것 같거든요. 그런데 한 번 투자했으면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아직까지 단기 투자 하는 개인이 너무 많은 게 조금 걱정되긴 하는데, 꾸준한 금융교육과 장기 투자에 대한 세금 면제 등 제도가 뒷받침되면 안정될 거라 생각해요.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는 ‘돈을 일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샀어요. 삼성이 공장도 짓고 반도체도 개발해요. 돈이 계속 일하죠? 내가 잠을 자거나 휴가를 떠나도 회사의 직원들이 나의 부(富)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고 나한테 돈을 갖다줘요. 왜냐. 내가 그 회사의 주인이니까요.

-그럼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하나요?

“전망은 누구나 다 하는 것이고, 틀리기도 맞기도 합니다. 그것에 휘둘릴 필요가 없어요. 중요한 것은 기업의 가치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10~20년 오랫동안 투자하는 거예요. 주식이 오를 것 같아서 투자하는 게 아니라 갖고 싶어서 사야 합니다. 명품 가방이 갖고 싶다면 그 돈으로 그 가방을 파는 기업에 투자해보세요. 주식 투자는 갖고 싶은 주식을 사모으는 겁니다.”

-“부자 되는 게 가장 쉽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돈에 종속되지 않는 사람이죠.”

-사람들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로 자동차, 사교육, 라이프스타일 세 가지를 꼽으셨어요.

“푼돈 쉽게 보고 매일 커피 사 마시면 부자가 될 수 없어요. 자동차도 대중교통이 잘 돼 있는 도시에서 쓸 데 없는 소비죠. 입으로는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비싼 가방 사고 매일 커피를 사 마십니다. 그건 부자처럼 보이고 싶은 거지,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소확행’으로 잠깐의 행복을 얻다가는 부자 될 수 없어요. 금융문맹은 질병이자 전염병이에요. 우리가 돈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배우지 않으면서 금융문맹이 돼버린 겁니다.”

-자녀에게 사교육 시키는 이유는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기 위해서잖아요. 그게 부자 되는 길 아닌가요.

“학원에선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를 시킵니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애들도 학원에 보내고 비싼 과외를 시킵니다. 부모의 노후자금까지 빼서 사교육에 넣어요. 대학 졸업하고 또 시험을 쳐서 공무원 된다고 부자가 될 수 있나요? 아이가 부자 되길 바라면서 돈의 중요성과 자본주의 핵심은 얘기하지 않고 학원만 보내는 셈이에요. 아이들을 부자로 만들려면 학원을 보낼게 아니라 그 돈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창의력을 길러주는 게 부자 만드는 방법입니다. 친구들끼리 스포츠를 하며 양보와 배려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고요. 사교육비를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게 더 현명한 길입니다.”

*존리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 2학년 재학 중 자퇴하고 1980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투자회사인 스커더스티븐스앤드클라크(Scudder Stevens and Clark)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미국 최초 한국 투자 펀드인 ‘코리아펀드’를 15년간 운용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2014년부터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장기투자해 수십 배 차익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금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버스 투어를 진행하고, 강의와 유튜브 채널 ‘존리라이프스타일 주식’을 통해 금융문맹 탈피를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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