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동물권행동 카라가 '동묘시장 길고양이 학대 사건 불기소 처분, 동물학대행위 방조하는 검찰의 봐주기 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동물권행동 카라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동묘시장 길고양이 학대 사건 불기소 처분, 동물학대행위 방조하는 검찰의 봐주기 수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길고양이 살해 영상을 공유하는 등 동물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법적 처벌 조항은 강화 추세지만 정작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땜질식 동물보호법 대신 포괄적 처벌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이 동물보호법 시행 30주년을 맞아 주요 동물학대 사건들을 되짚어 본 ‘동물학대 판례평석’을 지난 15일 발간했다.

이들 단체는 수사기관이 동물학대 사건에서 현장조사 없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주변인 진술만 듣고 수사를 마무리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2016년 국내 한 대학 수의과에서 내과실습과목 수업 중 유기견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한 혐의로 한 동물보호단체가 이 대학 총장과 수의과대 주임교수 등을 고소했으나 검찰은 관련자들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권유림 동변 대표는 "유기동물을 실험에 이용했다는 수의대생들의 진술이 있었는데도 수사기관은 의혹을 객관적인 방법으로 검증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피의자들의 진술을 그대로 믿어 관련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비판했다.

2019년 서울의 한 펫샵에서 강아지들이 피부병에 걸린 채 제대로 된 사료를 먹지 못하고 방치돼 펫샵 주인이 고소당한 사건에서도 검찰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배척하고, 펫샵 주인과 친분이 있는 인근 동물병원 수의사가 "학대로 볼 수 없다"고 한 진술을 토대로 불기소 처분했다.

 

길고양이 학대 오픈카톡방 처벌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웹사이트 캡쳐
길고양이 학대 오픈카톡방 처벌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웹사이트 캡쳐

 

동물학대 사건은 매년 급증하지만 법적 처벌을 받는 사례는 극소수다.

지난해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2019년 동물보호법 위반 발생 건수는 3048건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304명이었고, 이 중 실형 선고는 10명에 불과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야기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학대행위를 일일이 열거하는 방식으로 '땜질식' 동물보호법 개정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물학대 행위를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채일택 동물보호연대 팀장은 "동물학대 조항을 열거하면 행위가 해당 조문에 합치하지 않는 경우 처벌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포괄적 처벌조항을 마련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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