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는 여성, 경제활동은 남성?…“홈쇼핑 업계 내부 인식 전환 시도 필요”
가사는 여성, 경제활동은 남성?…“홈쇼핑 업계 내부 인식 전환 시도 필요”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1.01.20 19:51
  • 수정 2021-01-20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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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WCA 70시간 홈쇼핑 방송 모니터링 결과, 성차별 사례 17건 집계
성별 고정관념 조장 방송사례 10건 외모 평가 7건
NS홈쇼핑 의료기기 렌탈 방송에서는 관절에 무리가 가는 상황을 묘사할 때 남성은 골프 등의 운동을 하거나 전문적인 일을 하는 모습으로, 여성은 가사 일을 하는 모습으로만 그려졌다. ⓒ서울YWCA
NS홈쇼핑 의료기기 렌탈 방송에서는 관절에 무리가 가는 상황을 묘사할 때 남성은 골프 등의 운동을 하거나 전문적인 일을 하는 모습으로, 여성은 가사 일을 하는 모습으로만 그려졌다. ⓒ서울YWCA

“여성들은 남들이 눈치 채게 나이를 먹는대요. 그런데 남성들은 자기만 알게 나이를 먹는대요”

홈쇼핑 속 외모지상주의 및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방송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YWCA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2020년 9월7일부터 9월17일까지 7개 홈쇼핑 채널(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공영홈쇼핑, 홈앤쇼핑)의 채널당 10시간 분량의 방송을 모니터링했다. 총 70시간의 홈쇼핑 방송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사례는 총17건으로 집계됐다. 성차별적 방송의 경우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방송 사례가 10건(58.8%), 외모에 대한 평가가 7건(41.2%)이었다.

홈쇼핑의 경우 가사는 여성의 몫으로 경제 활동의 주체는 남성의 몫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모델 중 육아 및 가사에 종사하거나 다른 사람을 챙기는 사람은 모두 여성(총 13명)이었다. 반면 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으로는 남성이 58명(64.4%), 여성이 32명(35.6%)으로 등장했다. 2019년 홈쇼핑 모니터링에서도 가사를 하는 사람으로 등장한 모델 23명 중 22명이 여성이었다.

쇼 호스트에게서도 성역할 구분이 있었다. 여성 쇼 호스트가 요리를 할 때 남성 쇼 호스트는 시식하는 역할로 등장했다. 여성 호스트가 가족을 챙겨야 한다고 말할 때 남성은 자신을 강조하는 등의 차이를 보였다. 서울YWCA는 이러한 구도의 반복에 “‘여성은 자식을 위해 끊임없이 희생하고 본인보다 자식을 중심으로 삶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모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의 나이 듦을 상품 구매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해 중년 이상 여성의 외모 변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관리 부족에서 비롯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내용들도 있었다. 서울YWCA는 “획일적 외모 기준으로 여성을 묘사하고 그것에서 벗어난 여성을 무가치하게 판단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작년 9월 두 홈쇼핑 업체에 행정지도 ‘권고’ 처분을 내렸다. 해당 방송 호스트 및 게스트들은 “이중턱이랑 팔자 주름이랑 목이랑 얼마나 고민이에요” “그거는 심술로 가고. 그건 내가 고생한 티를 내는 거 같고. 관리를 너무 안하고 산 사람 같고” “저는요, 커버가 아니면 민낯으로 절대 밖을 안 나가는 여자였어요” “그동안 그렇게 맨얼굴로 기미, 잡티 다 내보이고 칙칙하게 다니지 않았을 것” 등의 발언을 했다. 방심위는 해당 내용들이 특정 성을 부정적, 희화적, 혐오적으로 묘사하거나 고정관념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서울YWCA는 “남성은 일하고 여성은 가사를 하는 장면이 성차별적인 이유는 여성과 남성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반복적으로 미디어가 제시하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에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라며 “이는 개인이 성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20대 여성들은 전통적 성역할을 차별로 인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러한 청년 세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것이 산업의 전략에서 유용할 것인지 평가하고 홈쇼핑 업계 내부적으로 인식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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