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소설 베껴 5개 문학상 탄 40대 남성...상금·상장 뒤늦게 환수
남의 소설 베껴 5개 문학상 탄 40대 남성...상금·상장 뒤늦게 환수
  • 김규희 수습기자
  • 승인 2021.01.20 19:18
  • 수정 2021-01-20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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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문제 제기로 뒤늦게 드러나
공모전 측 모두 수상 취소...상금·상장 환수 예정
도용한 남성 “경제적 어려움에 잘못 저질러...
법적·도의적 책임 다하겠다”
공모전 주최측 “논문과 달리 소설 DB 없어 표절검사 어려워”
지난해 7월 30일 손모씨가 문학상 수상 소식을 SNS에 알렸다. ⓒ손모씨 페이스북

타인의 소설을 무단 도용해 5개 문학상을 받은 40대 남성이 잘못을 인정하고 “원작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손모(42·남) 씨는 김민정 작가의 단편소설 『뿌리』를 무단 도용해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등을 받았다. 손씨는 지난해 7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 작가도 소설가도 아닌데...'라는 문구와 함께 수상 소식을 알렸다. 

원작자인 김 작가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 소설 『뿌리』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으며, 도용한 분이 2020년 무려 다섯 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것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뿌리』로 2018년 백마문학상을 받았다.

단편소설 『뿌리』로 2018년 백마문학상을 받은 작가 김민정씨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다"고 전했다. ⓒ김민정 작가 트위터

공모전 주최측 모두 수상 취소...상금 환수 예정
도용한 남성 “경제적 어려움에 잘못 저질러...법적·도의적 책임 다하겠다”
원작자 “법적 대응 검토중”


손씨가 수상한 5개 공모전 주최 측은 모두 손씨의 수상을 취소했다. 상금과 상장도 돌려받을 예정이다. 손씨는 현재 무직 상태로, 상금 약 200만원을 친형 등 가족에게 빌려 반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씨는 20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작가에게 소설이 생명과도 같은 의미인 것을 최근에 인지했다”며 “정말 반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용서해달라고 얘기 안 한다. 용서는 그분(김 작가)의 몫이다”며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 김 작가를 직접 찾아뵙고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공모전 상금을 노려 소설을 도용했으며, 도용 당시 글에 작가명이 적혀있지 않아 해당 작품이 김 작가의 글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김 작가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손씨가) 타인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인식 자체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을 페이스북에 전시함으로써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격을 이야기하는 모습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논문 표절을 검토하는 것처럼 공모전도 표절과 도용 검사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도용 관련해선) 법적 대응도 지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모전 주최측 “논문과 달리 소설 DB 없어 표절검사 어려워”


공모전 주최 측은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논문과 달리 소설은 DB(데이터베이스)가 없어 표절 검사가 어렵다는 게 공모전 주최 측의 입장이다.

경북일보 문학대전을 담당한 경북일보 측은 “현재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논문에 대한 표절 검사는 쉽지만, 소설은 표절 검사 시스템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포천38문학상을 주관하는 경기도 포천시청 문화체육과는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 중이나 소설 DB가 없어 작품에 대한 표절을 검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사계 김장생 문학상을 운영하는 (사)한국문인협회 계룡시지부 측은 “작품에 대한 표절 검사가 미비했다”며 “앞으로는 모든 매체를 총동원해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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