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미술관, 박유아 개인전
'단순한 진심: 51 Lives' 4월 11일까지 개최
한국 출신 입양인 초상화 47점 등

박유아 작가의 ‘단순한 진심: 51 Lives’ 전시 전경.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제공
박유아 작가의 ‘단순한 진심: 51 Lives’ 전시 전경.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제공

한국 해외 입양인의 초상을 그려온 한국계 미국인 여성 작가의 전시가 관람객을 맞는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은 오는 4월 11일까지 박유아(60) 작가의 개인전 ‘단순한 진심: 51 Lives’ 전을 연다.

박 작가는 한국 해외 입양인 100명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사이드 바이 사이드(2018, 글렌 모리·줄리 모리 감독)’에 영감을 받아 다큐멘터리 속 인물들의 초상화를 그리기로 했다. 지금까지 50명의 초상화를 그렸다. 여성, 어머니, 이민자 등 다층적인 정체성을 가진 박 작가는 자신의 입장을 대상에 투영한 ‘입양인의 얼굴’에 주목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50명의 얼굴에 담긴 개인의 역사를 관찰하고 표현했다. 부제인 ‘51 Lives’는 동서양의 문화와 가치가 혼재돼 충돌하는 삶을 살아내는 50명의 인터뷰 대상자들과 작가 자신의 삶을 지칭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박 작가는 장지에 수십여 차례 색을 쌓아 올리는 전통 초상 기법으로 입양인들의 얼굴을 담는 ‘위버멘쉬’ 초상 시리즈를 제작했다. 

각 작품 제목은 '출생연도/입양 연도'와 '입양 국가 약자'로 조합된 기호다. 정체성과 존재감이 소멸된 아이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박 작가는 초상화의 배경을 모두 다른 색으로 했다. 누구도 서로 같지 않은 개별적인 존재임을 나타낸다. 초상화를 통해 이름 없는 삶에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성장한 이들을 표현했다. 니체가 주어진 환경을 긍정의 의지로 극복하고자 하는 초인적 인간의 개념으로 사용한 '위버멘쉬(Übermensch, 초인)'를 연작의 제목으로 붙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박유아 작가의 ‘단순한 진심: 51 Lives’ 전시 전경.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제공

전시 제목인 ‘단순한 진심’은 인간 실존의 가치를 사심 없이 바라보려는 인간애가 담긴 태도를 보여준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의 표제, 그리고 기지촌 여성과 한국 해외 입양 문제를 다룬 조해진 작가의 소설  『단순한 진심』 (민음사, 2019)에서 가져왔다.

주인공들을 다큐멘터리로만 접했을 뿐 실제로 만나지 않고 그렸다는 박 작가는 "펑펑 울면서 그들의 인생사에 감정이 이입돼 다큐멘터리 100편을 쉬지 않고 봤다"며 "영상을 보고 가장 그 사람답다고 생각하는 표정을 그림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분들도 초상화로 다시 고국에 돌아올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집에 다시 와서 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전시장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박유아 작가의 ‘단순한 진심: 51 Lives’ 전시 전경.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제공

박 작가는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딸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 작가 자신의 가족사에서 출발한 과거 작업도 볼 수 있다. ‘르쌍띠망-효’(2012)의 퍼포먼스 무대 설치와 영상, ‘뮤직 박스’(2013) 연작, 그리고 ‘위버멘쉬’(2018/20) 연작 등 50여 점의 회화, 설치, 영상이 전시된다. 초상화 작업까지 이어지는 '가족 시리즈'를 통해 박 작가는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아직도 OECD 가입국가 중 유일하게 해외입양을 보내는 나라임을 환기한다. 

이번 전시에선 초상권을 승인받은 47점을 볼 수 있다. 애초 이 전시는 지난달 15일 개막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람객을 맞지 못했다가 방역 지침에 따라 지난 19일 다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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