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세미콜론
ⓒ세미콜론

“어머니는 이 집을 나에게 물려주셨다. 그냥 살아라 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나는 이 집에서 그냥 살았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집의 부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재도 아니고, 마당도 아니고, 부엌이었다.” (‘프롤로그: 엄마의 부엌, 기억’ 중)

고(故)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 작가가 에세이를 펴냈다. 어머니의 부엌에서 삶을 이어갈 밥을 해 먹는다는 것에 관한, 어머니를 기억하며 쓴 에세이다.

10년 전 박완서 작가가 작고한 뒤에도 귀한 미발표 원고들이 세상에 나왔다. 대표작들은 개정판이 꾸준히 출간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대담집 두 권, 작가가 출간한 모든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 따로 모은 책, 후배작가 29인이 작가를 기리며 오마주한 콩트집 등 다양한 책이 나왔다. 모든 일은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의 책상을 살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호원숙 작가는 어머니가 마지막 순간까지 머문 노란집의 부엌 한켠에서도 바쁘게 움직였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에는 음식 묘사도 적지 않다. 동시대 보통의 일상을 살아내는 이들의 삶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묘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호원숙 작가는 엄마 박완서의 소설 속 장면과 공명하며 작품을 증언하듯 풀어냈다. 오직 딸이기에 가능한 ‘박완서 문학’의 코멘터리다. 책의 말미에는 정세랑 작가가 ‘추천의 글’을 덧붙여 박완서 작가 10주기를 기렸다.

호원숙/세미콜론/1만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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