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피해 어린이의 진술을 녹화해 증거로 삼는 '진술녹화제도'가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피해어린이의 증언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아 파문이 일고 있다. 또, 어린이 성폭력 재판과정에서 피고쪽 변호사가 증인을 '돼지'로 비하하는 등 법원 주변에서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법원은 최근 검찰이 근친 성폭력피해 어린이의 진술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증거로 청구한 김모씨의 구속영장을 '범죄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은 다음날 불구속 상태인 피의자 김씨를 준강간치상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성폭력피해 어린이의 변호인인 강지원 변호사는 “비디오 진술을 증거로 삼지 않고 영장을 기각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직접 말로 들어야 증거가 된다는 발상은 어린이의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증인신문을 하는 경우 그 과정을 비디오테이프 등 영상물로 촬영'할 수 있고, '이 영상물에 수록된 범뵈신고자 등의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진술녹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의무조항이 아닌 '판사 재량'으로 돼 있는 탓에 실제 재판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달 23일 의붓딸을 여러 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노모(49)씨의 2차 공판에서 노씨의 변호사가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김모씨)에게 '돼지'라는 폭언을 한 사실이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유모 변호사는 이날 노씨와 노씨의 어머니가 비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증언을 한 김씨에게 “돼지 눈에는 돼지밖에 안 보인다”는 폭언을 퍼붓고, 사과하라는 김씨의 요구를 일축했다.

나신아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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