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S양의 비디오 녹화진술을 맡았던 종로경찰서 조사계 주명희 경위. 그가 말하는 성폭력 피해아동 진술녹화'제도의 관건은 아동을 위한 안정적인 환경이다. 특히 비디오 촬영을 통한 피해아동의 1차 진술이 증거로 보전돼 피해자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반복해서 떠올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주명희 경위는 “녹화진술의 목적은 피해아동이 편안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진술하게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말이 비디오로 촬영되고 있음을 알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S양은 녹화진술을 하면서 비디오 촬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며 “대부분 차분한 상태로 진행했으나 도중에 감정이 격해져서 말을 잇지 못하거나 울기도 했다”고 밝혔다.

주 경위는 “당시 S양은 한 달 정도 상담치료를 받고 난 후여서 스스로 담담해지려고 노력하는 듯했다”며 “진술 한마디 한마디에 진실함이 느껴지면서도 아이다운 생동감이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주 경위는 “진술녹화제도는 피해아동이 수사기관에 수 차례 출석해 진술을 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가 아동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증거보전'이 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아동의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담당하는 여성경찰관뿐 아니라 남자경찰관들이 아동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아동을 위한 시설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 경위는 “여성, 남성을 떠나 아동 성폭력의 심각함을 공유하고, 전문가 교육을 통한 아동성폭력 수사 전담반을 양성해야 한다”면서 “녹화시설이 있는 도봉경찰서와 수서경찰서를 비롯해, 다른 일선 경찰서에도 녹화진술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리 치료중인 피해아동을 위해서 병원에도 아이에게 위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요소를 배제,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신아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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