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글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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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노동시장 내 성차별을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연구서가 출간됐다. 

저자 아이린 파드빅과 바버라 레스킨은 사회학과 교수다. 대학 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직업을 전전하며 현실 속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직접 경험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상세한 통계 자료와 노동자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밝혔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노동시장의 성차별 현상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형성되고 고착됐다. “여성과 남성에게 서로 다른 업무를 할당하는 것, 즉 성별분업은 노동의 핵심 속성이다. 모든 사회는 일정 정도 노동자의 성별을 근거로 업무를 선정한다. 어느 성별이 어떤 업무를 할지는 시기에 따라 그리고 나라에 따라 달라지지만 말이다. 어떤 사회가 ‘자연스럽게’ 여성의 일 혹은 남성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업무가 다른 시기 혹은 다른 장소에서는 반대편 성별에 할당되기도 한다” (29쪽)

저자는 성별 임금격차가 단순히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통계적으로 여성 노동자는 이직이 잦거나 승진을 거의 할 수 없는 직종, 혹은 애초에 낮은 임금을 주는 직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여성은 남성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이러한 차이는 왜 나타날까? 저자는 직종분리, 사업장분리, 심지어 같은 직종 내에서도 직무분리가 발생하는 현상을 살펴보고, 경제학적·사회학적으로 고찰한다. 노동자의 성별에 따른 직무 경험 차이, 노동자 임금협상 기준, 고용주의 고정관념, 정부의 정책 요인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임금격차는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노동시장 내 성차별의 표지 중 하나다. 2020년 9월 대한민국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노동자 대비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69.4%였다. 남성 노동자가 100만원을 벌 때 여성 노동자는 69만4000원을 버는 셈이다.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회원국의 남녀 임금격차 데이터에서 한국은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32.5%로, 회원국 평균인 12.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성차별적 노동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도 필요한 책이다.

아이린 파드빅, 바버라 레스킨/황성원 옮김/글담출판사/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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