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은 칭찬일까?』

ⓒ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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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이돌의 이름엔 ‘소녀’나 ‘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성 아이돌 이름은 ‘방탄소년단’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성중립적인 ‘키드’나 ‘차일드’가 더 많이 붙는다. 교복을 무대 의상으로 활용하는 아이돌이 많지만 남성 아이돌의 교복은 ‘섹시’하지 않다. 많은 여성 아이돌은 신비로운 인상을 주는 ‘요정’ 혹은 ‘여신’ 등의 별칭을 지니게 되지만 남성 아이돌은 ‘남신’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최지선 대중음악 평론가는 이처럼 케이팝 아이돌 소비 방식에서 드러나는 성별 차이에 주목한다. 지난 20년간 케이팝 아이돌이 활동하며 남긴 노래, 퍼포먼스, 영상, 기사뿐 아니라 팬덤이 제작한 콘텐츠 등 방대한 기록을 살펴봤다.

“남돌은 교복을 입으면 불량 청소년의 반항과 일탈을 재현할 수 있다. 엑소의 초기 대표곡 ‘으르렁(2013)’ 뮤직비디오의 배경은 회색빛 어두운 지하 공간이고, 멤버들은 블레이저 형태의 교복을 입고 있다. 이렇게 남돌의 뮤직비디오가 학원물에 가까울 때 지하 주차장, 건축 중인 공간, 회색빛 도시를 배경으로 삼아 제도 교육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여돌에게 교복을 입힌 뮤직비디오는 배경도 기법도 다르다.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과 연애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며 컬러풀하고 화사한 배경, 초록의 자연이 많이 등장한다. 여돌의 뮤직비디오에서 학교생활은 지나치게 낭만화되거나 아름답게 묘사된다.” (170~171쪽)

최 평론가는 특히 여성 아이돌의 유형화 과정을 분석하고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다. ‘여돌이 독점하는 형용사는 무엇일까?’ ‘여돌이 요정이라면 그건 칭찬일까?’ ‘카메라는 여돌을 어떻게 응시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여성 아이돌에게 어떤 시각적 특징과 콘셉트를 기대하는지, 이런 시각에 문제가 없는지를 따져본다. 분석을 위해 한국형 걸그룹의 원형을 대중음악 역사에서 찾아보고, 예술 분야에서 나타나는 성별 불균형의 기원을 찾기 위해 클래식 역사에 접근하기도 한다. 

최지선/산디/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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