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구 달서구 대천동 달서가족문화센터에서 열린 ‘세대공감 결혼토크’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2019년 대구 달서구 대천동 달서가족문화센터에서 열린 ‘세대공감 결혼토크’에 참여한 시민들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1월 26일, 여성가족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가족의 개념과 형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서 주된 가구 유형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2005년에는 4인 가구가, 2010년에는 2인 가구가, 2015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형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의 30.2%, 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뤄진 가구가 29.8%에 달했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가구별 분포도의 급격한 변화 추이만 보더라도 집단으로서의 가족보다는 구성원 개인에 대한 인식이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미 변화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에서 가족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한정된다. 여성가족부는 해당 공청회에서 다양한 가족 구성을 차별하는 제도들을 검토해왔으나 그것으로 가족의 개념을 확장해내지는 못했다고 성찰했다. 그러면서 향후 5년간 법률혼 및 혈연 중심으로 규정된 가족 관련법을 개정하고 가족 구성에 따른 차별을 예방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의 발표가 갖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이미 충분히 새롭게 상상되어 왔다. 협소하게 규정된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는 여백의 경험들은 법으로 공식화되지 않았을 뿐 늘 존재해왔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고대해왔던 이들에게 이번 공청회는 매우 특별했다. 이 기대감을 회의감으로 돌아서지 않게 하려면, 기존 결혼제도 밖의 다양한 가족 구성과 친밀성과 돌봄에 기반한 대안적 관계의 권리를 보호할 방안이 주거, 의료, 재산 등 여러 영역에서 도입되어야 한다.

1인 가구를 기준으로 가족 관련 정책을 새롭게 설계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성별 불평등을 시정하는 작업과 병행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비혼주의를 비출산, 비연애, 비섹스라는 급진 정치학에 관통시키고 있다. 이들에게 비혼주의는 이성애 규범성에 대한 근본적 비판으로 고려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성애 규범성이 수반하는 연애, 모성 이데올로기 및 재생산 메커니즘에 대한 비판을 비연애, 비섹스, 비출산 담론으로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경제적 자립을 강조하는데 이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상품화된 개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함이 아니라 성별 임금 격차가 만연한 현실에서 생존 자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대안 모델로 거론되는 생활동반자 제도는 비혼 여성들의 친밀성 확보와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2인 이상의 가구 형태를 만족해야 사회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1인 가구로 비혼을 지속하려는 여성들의 요구와 유리된다. 그래서 위급한 상황에서 친족의 동의 없이도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1인 가구 대상으로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친다.

이들이 이렇게 개별적인 단위로 목소리를 내야 했던 까닭은 우리 사회가 1인 가구와 비혼 여성의 삶을 교차적으로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선진적 정책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부처 단독으로는 제한이 여전하다. 따라서 국민의 삶을 다각적으로 시정할 책임이 있는 입법부와 여러 행정부처의 적극적 의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1인 가구로서 삶을 영위하겠다는 비혼 여성에 대한 정책적 공백은 사라질 수 없다.

이지원 여성의당 공동대표.
이지원 여성의당 공동대표.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