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 보편, 선별 지원을 추경 편성하겠다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곧바로 이에 반대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코로나 위기 속 조율의 정치가 필요하다

뇌신경계 이상으로 환각과 망상등 다양한 사고, 감정에서 만성 사고장애로 고통을 앓는 사람을 '정신병'에 걸렸다고 불렀던 시기가 있다. 지금은 그 명칭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어감을 피하기 위해 '조현병(調絃病)'이라는 말로 바꿔 부르고 있다. 조현병은 대략 인구의 1% 정도가 앓고 있다고 하는데, 질병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부정적인 시선들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환자는 20% 정도에 그치고 있는 질병이다.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병에 걸렸다고 하는 것처럼 정신을 조절하는 부분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되는 질병이라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조현이라는 말은 현악기를 조율한다는 말로도 쓰인다.

모든 프로 연주자들은 자신의 악기가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그들은 자신이 연주할 악기의 정확한 음을 조정해 줄 수 있는 조율사를 찾기 위해 연주만큼의 노력을 기울인다. 조율의 핵심 원리는 각 음들 사이의 관계이다. 음가에 대한 정확한 값이 자신에게 있지 않고 기준값인 A4(440Hz)에서 시작되는 상대적 거리가 자신의 위치가 된다. 이 과정은 타협의 연속이다.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연주는 소음에 가깝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2. ⓒ뉴시스·여성신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2. ⓒ뉴시스·여성신문

조절 기능이 훼손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은 몸과 정신이나 음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한국 사회를 오케스트라로 비유하자면 5천만 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행여 자기 소리가 묻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큰 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연주회 시작전 튜닝의 기준이 되는 오보에의 A음도 들리지 않고, 지휘자는 제 자리에 있지 않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지금은 일상의 불경기가 아니라 비일상적인 위기”라며 “추경 편성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곧바로 기재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 병행 지급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2019년 문재인 정부는 교육부 차관보를 11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교육부 차관보를 없앤 뒤, 사회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장관이 역할은 크나 손발이 적어 실제 영향력은 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교육부 차관보를 세우면서 국가 예산의 절반을 넘게 사용하는 각종 사회정책들의 집행에 있어 부처 간 협업 조율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높일 의무를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실무기능을 준 것이다. ‘협업’과 ‘조율’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전향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육성 및 금년 경기회복을 위한 경제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1.02.02. ⓒ뉴시스·여성신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육성 및 금년 경기회복을 위한 경제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1.02.02. ⓒ뉴시스·여성신문

경제부총리가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경제정책을 조정하는 것처럼 사회부총리는 기획재정부장관, 행정안정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참석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사회 및 문화 분야 등의 정책을 조정한다. 기재부와 다른 재정 운용 방식을 제안할 수 있는 회의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은 시민 입장에서 이전과 큰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정세균 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는 말로 질책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기재부의 논리를 넘어설 수 있는 전문성을 사회정책 분야가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부처의 능력이 모자라서 생기는 일은 아니다. 경제관련 정책들을 조정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관련 인원이 4개 과 120명이 넘는 것과는 달리 1개 과 19명이 사회관련 정책 전반을 조정하고 있다는 현실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이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기재부 중심의 경제 성장을 절대적인 위치에 놓았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속에서 재정부가 지향하는 재정안정성 우선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혀진다.

정책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아 발생되는 불협화음은 시민들에게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준다. 당장 방역정책으로 인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영문도 모른채 막다른 길에 몰려있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특정 직종과 업무 종사자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확한 처방으로 다가서야 하겠다. 아울러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음을 맞출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대답을 들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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