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인도 히말라야 빙하 떨어져 홍수 발생
전문가들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8년 뿐 경고
4.7 재보궐에 가덕도신공항 등 개발공약만 난무
기후위기 대응하는 한국정치 보고 싶어

마치 발리우드(인도)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백 명 정도가 살기 위해 달렸지만 결국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지난 7일 인도 북부 히말라야 서부 고산 지대에서 갑작스럽게 홍수가 터졌다. 쓰나미 같은 거센 급류를 동반한 이례적인 재해였다. 200여 명의 사람들이 물살에 휩쓸려 실종되었다. 전문가들은 난다데비산 인근 고지에서 이런 '물난리'가 발생한 것은 빙하 붕괴 때문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히말라야산맥의 빙하가 강 상류로 떨어지면서 눈사태와 홍수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남극, 북극의 빙하뿐 아니라 고산지대의 영구동토층도 녹아 줄줄 흘러 내리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코로나, 폭우, 폭염 기후위기 우리는 살고싶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코로나, 폭우, 폭염 기후위기 우리는 살고싶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지구 온난화 혹은 기후변화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영국 가디언지는 공식적으로 기후 변화라는 명칭을 기후 위기로 변경하였다. ‘기후변화’로는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기후변화는 오늘내일 온도가 달라지는 것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로마, , 고려의 몰락 뒤에는 한랭 건조 기후가 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세계사의 번영과 몰락은 기후변화와 함께 왔다. 수많은 종이 멸종한 빙하기만 보더라도 당시 지구 평균 기온은 겨우 5도 낮았을 뿐이다.

과학자들은 지금 당장 지구 기온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인류뿐 아니라 지구의 전 생명체에게 위기가 닥칠 거라고 경고한다. 빨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현 인류는 여섯번째 대멸종을 겪게 될 것이다. 이미 지구 평균 온도는 18세기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했을 때 1도나 상승했다.

 

2100년까지 전지구 평균온도 2도와 1.5도 상승 시 영향 ⓒIPCC 보고서
2100년까지 전지구 평균온도 2도와 1.5도 상승 시 영향 ⓒ IPCC <지구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

지구 평균 온도가 1.5상승하면 여름철 평균 온도는 3 상승한다. 해수면이 0.7m 상승하고 산호초의 90%는 멸종하게 된다. 곤충의 6%, 식물의 8%, 척추동물의 4%가 절멸한다. 여름 폭염은 더욱 심해지고, 전염성 질병은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갈 것이다. 2도 상승 시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여름철 평균 온도는 4.5도가 상승하고 해수면은 0.87m가 올라간다. 곤충의 18%, 식물의 16%, 척추동물의 8%가 절멸하게 된다. 이에 2015년 전세계는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 아래로 제한하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한국만 해도 이행과제를 실천하지 않고 있다. 이제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8년 뿐이다.

자의든 타의든 한국은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고 지역 분산 에너지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컨벤션산업/항공산업 등의 거대 시장과 소비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교육 제도, 육식에서 채식 중심의 식생활 변화 등 거시적인 구조에서 미시적인 삶까지 많은 것들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사회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문명사를 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정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 교육, 경제, 행정 바뀌어야 할 현장이 많지만, 정치가 많은 영역에서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의회 밖 정치의 역할도 크다. 가장 앞장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미국의 선라이즈 무브먼트(Sunrise movement)만 보더라도 젊은 청년들 중심으로 역동적인 운동이 벌어진다. 탈화석연료 의지를 뚜렷이 한 정치인들을 지지하거나 그렇지 않은 정치인들을 압박하며, 교육 효과에서부터 정책 추진까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발돋움했다. 기후위기에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청소년, 청년이 주체가 되어 세력화하는 모습을 한국에서도 보고 싶다. 다행히 전국 곳곳에서 청년/청소년이 주도하는 여러 기후위기 대응 단체들이 결성되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과 부산 청년 기후위기 단체 '기후용사대'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중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 얼굴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02.09. ⓒ뉴시스·여성신문
청년기후긴급행동과 부산 청년 기후위기 단체 '기후용사대'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중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 얼굴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02.09. ⓒ뉴시스·여성신문

그렇다면 47일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부산 시장 후보들은 기후위기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을까?

아쉽게도 아니다. 개발 중심의 도시계획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주된 이슈가 되었다. 기후위기는 의제로서 논의조차 안된다. 에너지 자립 부분만 하더라도 그렇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력 소비량이 높은 경기 지역과 서울의 전력 자립률은 하위권 수준이다. 특히 서울의 지난해 전력 자립률은 1.3% 17개 전국 시도 중 꼴찌였다. 서울시가 누리는 풍요로운 전기는 전부 타 지역의 눈물을 타고 온다. 기후위기 시대에 막대한 전기를 쓰는 것, 그것도 지방을 에너지 속국처럼 이용하며 메가시티 서울을 유지하는게 정의로운가? 그러나 정치권은 옛날과 다르지 않게 개발, 개발, 개발만 외치고 있다.

지난 2019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기후 정상회의에서 열여섯살의 스웨덴 기후위기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각국 수장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것 뿐이네요.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그레타의 질문에 답하는 한국 정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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