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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김현영 국민대 강사 sidestory101@empal.com▶

그녀는 적장의 막사로 들어갔다.

그리고 단 일격에 그를 벴다. - 피터 와이스

1991년 1월 30일, 어린 시절 성폭력을 저질렀던 송씨를 죽인 혐의로 구속된 김씨 사건은 어린이 성폭력 피해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증명해준 사건인 동시에 성폭력 피해 후유증으로 인한 성적 불감증이라는 진단이 그에게 얼마나 폭력적인 진단이었는지를 되새기게 하는 사건이었다. 최근 이 사건을 재현한 한 TV 프로그램에서 김씨와 전화결을 하여 지금 심경을 물었다고 한다. “후회하지 않느냐?” 김씨는 대답은 “후회한다”는 것이었다.

김씨의 후회가 이웃집 아저씨를 죽인 행위에 있는지, 아니면 그 전화를 받은 것에 대해서일지, 아니면 죽이는 것으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남아서인지는 모르겠다.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는 말을 남긴 김씨는 그 이후에 인간답게 살 수 있었을까?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못하고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른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해 자신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생존자로 인간으로 살 수 있었을까?

남성 혐오, 수치심, 죄책감, 분노, 의욕상실, 자기 혐오, 열등감, 불면, 기억력 저하, 성에 대한 과도한 거부나 과도한 충동, 대인 관계 장애, 자살 시도, 정신분열, 거식증/폭식증, 가해자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 이것들은 성폭력 피해 생존자가 피해 후유증으로 흔히 겪는다고 알려진 증상들이다. 이 후유증들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일상은 “미쳤거나 미치기 일보 직전”의 상태일 것이다.

크게 남성 혐오와 자기 혐오로 묶을 수 있는 이러한 징후들은 성폭력이 가해 당사자와 피해 당사자간의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폭력의 문제라는 걸 보여준다. 법정과 언론, 가족이 피해자에게 다시 한 번 저지르는 2차, 3차 폭력들은 피해자-특히 여성 피해자를 보는 사회적 편견과 깊이 연관된다.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그전에 성경험이 있었는지” “가해자와 친밀한 관계였는지” 심!지어는 피해 당시 “어떤 옷을 입었고, 그때가 몇 시였는지” 따위 질문들을 받는다. 성폭력 피해에 따른 후유증은 바로 이런 질문들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닌지, 혹은 내가 가진 문제들이 그런 고통을 유발했는지를 묻는 이런 질문들이 다시 내면으로 들어와 자기 혐오라는 우울증을 앓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를 죽임으로써 자기 혐오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여성들은 가해자 하나를 죽인다 해서 치유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사회에서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계속되기 때문이다. 법정과 언론과 같이 공적인 기관에서조차 가해자를 죽인 여성들에게 “죽일 필요까지 있었는지” “당할 만한 짓을 한 건 없는지”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건 아닌지” 같은 질문을 하며 피해 생존자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가족 관계에서 문제를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가해자를 살해한 피해 여성들이 법정에서 관대한 처분을 받기 위해서는 정당방위 논리보다 그들이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진술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 심리상담가인 필리스 체슬러는 여성들이 취하는 반사회적인 행동은 종종 정신병리적인 징후로 해석되지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된 차별에 대한 정당한 분노로 읽히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편 성폭력을 당하고 자살한 여자들이 미쳤다고는 하지 않는다. 자살은 흔히 여성들이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선택하는 정상적이고 불가해한 방법으로 이해된다.

공격적이고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선택되는 정당방위로서 폭력은 여성적인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라기보다는 병리적인 측면으로 이해되곤 한다. 그러나 성폭력 가해자들이 제대로된 처벌을 받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사회에서 문제를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것을 멈추고 상대에게 분노를 표현하고 자신을 지키는 것은 '정상적인' 치유 과정의 일부로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생존자들의 분노와 그 표현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여전히 그 여자들을 후회하게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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